[뉴스토마토 심수진·김한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내 ETF 시장은 연간 54% 성장하면서 운용자산(AUM) 120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자산운용업계도 시장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ETF 상품 준비에 바빠졌습니다. <뉴스토마토>는 ETF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만나 ETF 시장 전망과 업계 이야기를 듣고 릴레이 인터뷰로 전해드립니다.
최근 현대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UNICORN 포스트IPO액티브' ETF가 시장에서 화제입니다. 현대운용은 업력에 비해 ETF 후발 주자이지만, 차별화된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선보인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 ETF엔 현대운용만의 색깔을 담았습니다. '기존에 없던, 최초의 ETF'가 전략이기도 합니다. 현대운용 ETF 사업을 이끌고 있는 조상현 주식운용본부장(상무)을 만나 올해 사업계획을 들었습니다. 조 본부장은 단순히 찍어내는 상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스타일의 ETF로 고객의 선택을 받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조상현 현대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사진=뉴스토마토)
현대자산운용은 ETF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데, 언제 합류했나요. 현재 조직 구성은 어떤지요.
ETF 사업은 주식운용본부에서 하고 있습니다. 주식운용본부에서 ETF 운용을 주도하고, 솔루션본부에서 백업하는 시스템입니다. 향후 상품 개수나 설정 규모에서 내부적으로 계획한 수준에 도달하면 별도 조직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저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을 거쳐 지난해 6월에 합류했습니다. 액티브펀드 위주로 운용하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시절부터 다수의 ETF로 구성된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를 운용했고요. 현대운용에서도 주식형 펀드와 ETF 운용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 수요에 맞춰서 기관 쪽은 액티브 펀드 운용 레코드를 계속 쌓아 외형을 넓히고, 리테일 쪽은 ETF 상품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듀얼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현대운용은 인공지능(AI) 열풍이 불 때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 ETF로 틈새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대표 ETF 상품으로 자리매김 했는데, 종목 구성은 어떻게 하나요.
상품은 각 운용사가 경쟁력을 지닌 쪽으로 구성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운용은 중소형주에 강점이 있으니 중소형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AI는 챗GPT가 공개됐을 때부터 큰 조류라고 판단, 생성형AI와 중소형주를 접목시켜 ETF를 출시했습니다.
UNICORN 생성형AI강소기업액티브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ETF입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반도체 다음은 소프트웨어로 흐름이 넘어갈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조금 늦을 거라 생각하고요.
최근 상장한 'UNICORN 포스트IPO액티브'까지 포함하면 현대운용 ETF 3개 모두 액티브 ETF입니다.
중소형사인 현대운용이 패시브 ETF를 출시하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상장된 850여개 ETF를 살펴보면 웬만한 지수는 거의 ETF로 만들어졌습니다. 지수 추종 ETF가 대부분 커버된 상황에서 중소형사로서 현대운용이 내세운 전략은 액티브입니다.
현대운용 말고도 액티브에 특화된 운용사들이 있는데요. 그들과 현대운용은 색깔이 다릅니다. 타 운용사들이 글로벌 쪽에서 액티브한 트레이딩을 하거나, 기후, 로봇 등 세상의 변화에 투자한다면, 우리는 강점이 있는 중소형주와 종목 선택을 앞세워 ETF를 만들고, UNICORN 브랜드를 많이 알려야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몸집이 더 커진다면 라인업을 확장할 여지는 있습니다. 그때 패시브 상품을 낼 수 있겠지만 다른 운용사들이 이미 낸 ETF는 만들지 않을 겁니다. 테마든 전략이든 액티브하게 운용하지 않을 뿐 지수 자체를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상품을 만들 계획입니다.
최근 논의 중인 공모펀드 직상장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공모펀드가 상장되면 액티브 ETF와 크게 다를 바 없을 텐데요.
공모펀드 시장이 워낙 줄어들다 보니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직상장 논의가 빨라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시작됐을 때 운용사들이 즉각 나설지는 의문입니다. 펀드를 직상장한다면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기준가를 모니터링하고 포트폴리오도 확인할 수 있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투자자가 매일 펀드 수익률을 체크하기는 쉽지 않지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은 매일 볼 수 있습니다. 운용사의 공모펀드, 매니저의 실력이 오롯이 드러나는 것이죠. 즉 빠르게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겁니다.
공모펀드 직상장 논의의 본질은 운용사 철학이 담긴 진짜 액티브 펀드를 내놓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꾸준히 좋은 수익률을 올리는 펀드는 많지 않습니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 펀드등급에서 최고 등급인 5등급을 부여 받은 펀드는 소수입니다. 수익률도 좋고 중장기 변동성도 낮아야 해서죠. 현대운용의 '강소기업 펀드'는 중소형주 유형에서 5등급을 받았습니다.
지난달 27일 상장한 '포스트IPO' ETF가 업계 최초 IPO 관련 ETF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생성형AI도 그렇지만 포스트IPO 역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트렌드이면서 생명력이 긴 테마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비교지수로 삼는 iSelcet 포스트 IPO지수 편입기준은 상장 15일 이상 180일 미만입니다. 평균 40개 종목이 계속 들어가고 매달 리밸런싱을 통해 10개 편출, 10개 신규 편입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엔 지수 자체가 액티브한 성격이 있어서 패시브 ETF로 출시도 고려했지만 기계적인 리밸런싱 등의 이유로 액티브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지수는 70% 이상 추종하되 15일 미만 새내기주라도 가격이 좋으면 먼저 편입하고, 180일이 경과하고 6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풀린 다음에라도 주가가 더 좋을 것 같으면 추가로 담습니다. 대어급 종목은 직접 공모에 참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공모주들 중엔 공모가를 하회하며 주가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현대운용 리서치를 통해서 잘 선별하면 됩니다. 미확약 물량이 많은 경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을 고려하고, 유통가능물량이 시장에서 얼마나 소화되는 지도 추적합니다. 기업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보호예수 물량 출회 전후를 노려 전략을 세웁니다.
현대운용의 ETF엔 모두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었죠. 최초는 현대운용의 상품 개발 전략인가요.
최초라는 타이틀이 저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똑같은 상품을 내더라도 대형사나 금융 계열사가 있는 운용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인데요. 순수하게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최초가 아니면 의미가 없을 수 있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을 했습니다. 앞으로도 '최초'는 아닐지라도 차별화된 ETF를 내려고 합니다. 아이디어든, 상품 설계든 독창적으로요. 이런 부분이 쌓이면 시장에서도 '현대운용은 아이디어가 괜찮다'라는 이미지가 생길 수 있고요.
모든 투자상품을 기획할 때 '나라면 어떤 상품에 가입하고 싶을까'를 먼저 생각합니다. 그에 맞는 첫째 조건은 유행 또는 단기테마성 상품을 배제하는 것입니다. 잠깐의 테마에 편승하는 ETF는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고요. 테마라면 장기 성장 트렌드로, 전략은 니즈가 있는 쪽에 집중합니다. 그런 상품이 이미 시장에 있다면 현대운용은 출시하지 않을 거예요.
UNICORN 브랜드의 인지도 확대가 중요하지만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단발성 테마 상품은 절대 안 낼 거고 '유행이 아닌 트렌드', 생명력이 긴 상품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올해 구체적인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는 분기마다 하나씩 총 4개의 ETF 상품을 내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일의 양에 욕심내기보다는, 좋은 상품을 내고 운용에 집중할 계획인데요. AUM으로는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선 1000억원대로 만들어 놓으면 내년부터 외연 확장에 속도가 붙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는 철저히 핸드메이드 정신으로 상품을 개발합니다. 만약 최초도 아니고 투자자에게 소구력도 없을 것 같단 판단이 들면 1년에 4개를 내지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사장될 제품은 만들지 않고 상품성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1000억원 목표 달성을 위해서 100억원짜리 상품 10개로 다작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것보단 도자기를 빚는 마음으로 진짜 명작을 만들자란 생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