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김한결 기자]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뜨겁습니다. 특히 지난해 국내 ETF 시장은 연간 54% 성장하면서 운용자산(AUM) 120조원을 돌파했는데요. 자산운용업계도 시장 확대에 발맞춰 다양한 ETF 상품 준비에 바빠졌습니다. <뉴스토마토>는 ETF 상품을 만들고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만나 ETF 시장 전망과 업계 이야기를 듣고 릴레이 인터뷰 형식으로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ETF를 중심으로 중소 자산운용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키움투자자산운용은 1년 동안 선보인 15개의 신상품이 성과를 내면서 순자산총액(AUM)이 약 9000억원, 전년 대비 50% 증가했는데요. 키움운용이 ETF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데에는 정성인 ETF마케팅사업부장의 공이 컸습니다.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ETF 마케팅, 운용 업무를 하며 쌓은 기관 마케팅 노하우를 기반으로 키움운용 ETF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지난해 키움이 기관 중심 영업(B2B)에 집중했다면 올해는 B2B와 함께 개인투자자를 공략할 계획입니다.
정성인 키움투자자산운용 ETF마케팅사업부장. (사진=뉴스토마토)
작년부터 ETF마케팅사업부를 본격 이끌었는데, 한 해 평가가 궁금합니다.
키움운용으로 자리를 옮길 때 미션은 명확했습니다. 키움운용의 ETF 브랜드인 'KOSEF'와 '히어로즈'를 시장에 더 알리는 것과 눈에 띄는 성장인데요. 그래서 지난해에는 키움운용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단 시장에서 키움운용의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 기관투자자 중심의 B2B에 집중했습니다. 기관의 경우 그동안 제가 ETF 비즈니스를 하면서 쌓아온 네트워크가 있었고, 키움운용에는 ETF 상품 라인업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인지도를 넓히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AUM이 전년 대비 50% 정도(약 9000억원) 증가하며 양적 성장을 거뒀습니다. 올해도 B2B 전략은 유효하고 더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기관 마케팅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소위 기관 마케팅은 각 기관이 어떤 종류의 상품을 투자하고, 어떤 방향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파악하기 위해서 네트워킹 하는 것이고요. 기관이 모두 똑같이 투자하지는 않거든요. 기관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기반이 되고, B2B 측면에서 '수요 기반 상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해는 2차전지 관련주들이 굉장히 잘됐는데, 코스피 중심으로 투자하는 기관은 상대적으로 대형주가 소외받는 상황에서 고민이 생기는 거죠. 코스닥을 담자니 이미 가격 부담이 있고요. 그럴 때 'KOSEF 코스닥150', 혹은 'KOSEF 코스닥글로벌'을 제시하는 겁니다. 기관과 커뮤니케이션할 때 이런 관점에서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 대응하고 있습니다.
키움운용은 은행, 보험이나 대기업 계열사 같은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캡티브 마켓이 있으면 초기에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약간 의존하게 되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겠죠. 그런 관점에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캡티브 마켓이 없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있다면 더 좋겠지만 가질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에 맞게 성장해야죠.
키움운용은 키움증권이라는 거대 플랫폼이 있습니다. 올해는 키움증권과 협업해 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생각입니다. 또 계열사가 없는 운용사의 장점 중 하나는 틈새시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계열 보험사는 경쟁 운용사의 상품을 가급적 담지 않겠죠. 키움운용은 경쟁사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보험사가 저희 상품 편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같은 상품을 출시해도 캡티브 거래로 규모가 달라지니 성장 속도 차이가 컸는데요. 지금은 틈새시장 공략이란 노하우가 생겨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KOSEF 인도Nifty50(합성)' 운용자산이 커지고 있는데요. 국내 최초 인도ETF인 만큼 키움만의 운용 노하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상품은 10년 전에 출시한 합성 ETF입니다. 지난해 출시된 타사의 인도ETF는 실물주식형이고요. 실물주식형은 말 그대로 주식을 담고, 합성형 ETF는 총수익스왑(TRS)을 기초자산으로 합니다.
TRS는 비용이 많이 들어서 실물주식형이 성과가 더 좋을 거란 말도 있는데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1월 말 기준 수익률은 저희 ETF가 가장 좋았습니다. 통상적으로 합성 ETF는 주식 매매가 쉽지 않은 국가의 ETF를 상품화할 때 좋습니다.
인도 주식은 우리나라 개인들이 직접 투자할 수 없습니다. 투자 창구가 없는 것이죠. 기관 투자자들도 인도 주식에 투자를 할 때는 높은 비용이 듭니다. 우선 환전 비용이 들어갑니다. 인도 루피화는 실시간으로 환전할 수 없어서 환전 스프레드가 큽니다. 기본적으로 1%가 들어가고, 매매 주문 수수료도 있습니다. 다이렉트로 주문을 내지 않고 해외법인 등을 통해서 주문하다 보니 수수료 자체가 비쌉니다.
인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이머징 증시에 투자할 때는 이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물주식형은 상대적으로 비용 측면에서 메리트가 없어요. 이것이 저희 인도 ETF 상품의 성과가 제일 좋은 이유입니다. TRS 비용이 일부 나가더라도 환전이나 매매 비용보다는 훨씬 적게 들기 때문입니다.
올해 ETF 전략은 무엇인가요.
B2B는 계속해서 확장하면서 개인투자자 중심의 B2C도 공략하는 것이 올해 전략입니다. 자금의 성격상 규모가 큰 기관투자자 유입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작년에 B2B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에 꾸준히 확장하면서 올해는 B2C에 힘을 싣겠다는 것인데요.
ETF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어서 지금은 개인의 투심을 잡느냐 못잡느냐가 ETF 신상품의 초기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올해 B2C 공략이 중요한데요. 상품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테마ETF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테마라고 표현하지만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반도체 ETF처럼 테마가 업종을 삼킨 형태입니다. 업종이 기관 중심의 분류라면 개인투자자들의 테마 분류가 기관들한테도 업종처럼 불리는 것이죠. 올해는 테마형ETF에 포커스를 두고 관련 상품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그 시작이 최근 출시한 'KOSEF 글로벌AI반도체' ETF 입니다.
또한 B2C 마케팅은 계속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장에서 존재감을 부각시켜야죠. 마케팅은 유명 모델을 기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방법을 굉장히 고민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마케팅 확장도 중요하고요.
키움운용은 'KOSEF'(패시브)와 '히어로즈'(액티브) 두 개의 ETF 브랜드를 갖고 있습니다. 하나로 통합할 계획이 있나요.
브랜드 통합에 대해선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졌고, 방향을 치열하게 논의 중입니다. 시점도 그렇고요. KOSEF는 국내 1호 ETF 타이틀이란 상징성이 있고, 인도 ETF 등 대표 상품들도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브랜드 변경 시 카니발리제이션(신상품이 기존 주력 제품을 잠식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 개인투자자 점유율이 낮은 편이라 브랜드 전환을 통해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히어로즈는 '키움 히어로즈' 프로야구팀 덕분에 이름에 대한 인지도가 높습니다. 다만 이런 부분이 금융 상품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한 고민이 있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갈 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제 3의 브랜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