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개봉한 '도그빌'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은 영화로 국내에서는 개봉 당시 7만명 정도만 봤을 정도로 흥행이 잘 안 된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기억에 강하게 남았던 이유는 영화긴 한데 연극처럼 휑한 무대에 분필로 각각의 구역을 나눠 놨다는 점입니다. 그 위에 이야기에 필요한 소품만 있을 뿐입니다.
'도그빌'의 연출 방식은 이후 여러 곳에 모티브로 사용됩니다. 특히 JTBC 예능 '크라임씬'에서 범죄 현장을 '도그빌'과 같은 형식의 세트로 구성했습니다.
'크라임씬'은 2014년 처음 공개된 이후 JTBC에서 시즌3까지 제작된 인기 추리 예능입니다. 7년만에 시즌이 돌아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는 시즌2, 시즌3에서 플레이어 역할을 한 출연자들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임씬'의 기본 구성은 마피아 게임과 비슷합니다. 탐정 역할을 맡은 플레이어와 플레이어들이 플레이어 사이에 숨어 있는 살인을 저지른 범인을 찾는 게임입니다. 각자의 롤을 가지고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연기력이 필요한 예능이기도 합니다.
시즌2, 시즌3에 출연한 장진, 박지윤, 장동민은 7년 만에 돌아온 '크라임씬 리턴즈'에 다시 한번 합류했습니다. 이들은 7년 만에 돌아왔음에도 여전히 플레이어로 능숙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새롭게 합류한 안유진, 키, 주현영은 빠르게 '크라임씬'에 적응해 각자의 롤을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크라임씬' '대탈출' '여고추리반' 등과 같은 추리 예능은 예능판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장르입니다. 그러다 보니 추리 예능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충성도가 높은 만큼 멤버 변화에도, 논리적 오류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불만을 가져도 결국 툴툴거리면서 끝까지 다 보는 게 추리 예능 마니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라임씬'의 경우 세트를 만들고 해야하는 부분 때문에 제작비가 적지 않게 들어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시즌에 대놓고 하는 PPL로 가볍게 눈감아줄 수 있습니다. 최근 관찰 예능이 많은 이유도 장소 섭외도 필요 없이 연예인 집에 카메라만 거치하면 되기 때문에 제작비가 덜 들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탈출' '여고추리반'을 연출했던 정종연PD가 tvN를 퇴사하면서 더 이상 이 시리즈들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7년 만에 돌아온 '크라임씬'에 추리 예능 마니아들이 더욱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7년 전 포맷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크라임씬'의 리턴을 시청자들이 반기는 이유는 결국 제작비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이 다양성이 사라져 버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시즌5로 꼭 돌아온다고 약속해줘요.
티빙 '크라임씬 리턴즈' 스틸.(사진=티빙)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