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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패권 '전쟁과 평화'
입력 : 2024-03-05 오후 3:20:39
지난달 2월 21일 2024 스마트 SMT&PCB 어셈블리 전시회'에 선보인 최첨단 전자기기 제조의 핵심기술 모습. (사진=뉴시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를 짊어지고 있는 효자 산업입니다. 불과 몇 년 전 반도체 업계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과거에는 기업의 역량과 인프라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대두됐다면, 이제는 국가가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중국, 일본, 대만, 유럽연합(EU)이 일제히 보조금과 각종 지원책을 앞세워 각 나라에 입지를 세우고 주도권을 가져오려 다투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인프라를 한 국가로 가져오는 것입니다. 설계, 생산, 유통까지 모두 같은 나라에서 하는 것이죠.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면 고객사도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로 진출해 자연스러운 추가 경제적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은 이를 노리고 공장 확대 등을 빠르게 추진하는 중입니다. 그야말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이 이 모든 환경을 이루는 데 천문학적으로 많은 시간과 금액이 투입될 것입니다. 그 이전에 한국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차근차근 집중해야 합니다. 얼마나 넓은 곳에서 쌀을 키울지 생각하지 말고, 얼마나 좋은 쌀을 키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입은 필수입니다. 돈 뿐만 아니라 넉넉한 시간도 필수입니다. 우리는 배터리 산업의 교훈을 잘 들여다 봐야 합니다. 20년 전, 전기차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시절부터 한국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역량을 키워 왔습니다. 그 기반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배터리 강국'은 없었을 것입니다. 당장 몇 년 이익이 나지 않는다고 다급하게 사업을 접어 버리고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계속되지 않습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습니다. 당장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앞세우면서 반도체 역량을 전부 가져갈 것처럼 보이지만, 뒤 돌아보면 두 국가가 다시 손을 잡고 있을지 모릅니다. 전쟁과 평화가 번갈아 지나갈 때도 한국은 변치 않는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합니다. 20년, 30년 후를 바라보는 혜안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백승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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