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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
입력 : 2024-03-07 오전 6:00:00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더는 힘들어 문을 닫습니다. 요즘 손님도 없고 장사가 안 돼요.”
 
주변 지인들과 저녁상에 반주 한 목음, 걸쭉하게 나눈 어느 밤. 간만에 의기투합 한 건지 어떤 노래를 뽐낼까 머릿속으로 선곡하며 찾아간 노래방. 그 곳의 주인장이 되레 하소연하듯 건넨 푸념입니다.
 
시대와 사회, 상황에 따라 일탈행동에 대한 저마다의 기준은 상대적일 것입니다. 장사가 안 돼 노래방이 문을 닫는다는데 사회구조적 문제로 볼 것인지, 이윤을 남기지 못한 능력부족의 장사치로 일갈한 채, 일예할지를.
 
하지만 주인장의 신세타령 치곤 ‘코로나 때도 버텼다’는 말 속에 뜻이 뼈가 있듯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곡소리 내는 자영업자들이 이 노래방 주인 뿐일까요. 선거를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빚 탕감 공약이 나오는 걸 보니 보통일은 아닌가봅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위험수위로 잠재적인 신용위기에 놓여있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부채가 장기 추세를 크게 웃도는 등 부채 축소의 실패 국으로 지목되고 있죠.
 
기업들은 어떨까요. 마르크스 <자본론>에서 말했듯 자본주의 기업 활동에 내재된 두가지 요소로 '자본'과 '노동'을 꼽습니다.
 
공장·기계·화폐 등 모든 재화의 집합을 소유한 이들을 우린 자본가로 부릅니다. 기업도 대표적인 자본가로 분류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면 전체 산업의 생산이 마약한 수준인데다,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건설수주도 2010년 10월 이후 최대 폭으로 급감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 말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0%를 돌파했습니다. 중소기업은 처참합니다.
 
자본가가 소유한 공장·기계·화폐 등을 통해 보다 많고 더 큰 부를 축척하기 위해서는 생산 활동에 필요한 '노동'이 수반돼야합니다.
 
예컨대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제공받아야하죠. 노동력을 제공받은 자본가는 임금으로 대가를 주지만 자본과 노동, 지배·피지배 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니 한숨만 날 뿐입니다.
 
코로나 때도 버텼는데 더 힘들다는 말이 왜 나올까요. 먹고 사는 문제인 경제적 삶을 논할 때 우린 '소득'과 '일자리'를 말합니다. 
 
사업·금융·임대소득 등의 종합소득과 근로소득을 합한 전체 통합소득을 보면 2022년 상위 20%의 소득은 평균 1억1000만원으로 하위 20%(429만원)의 25.6배에 달합니다.
 
더욱이 윤 정부 첫해인 세후 실질 소득의 10분위별 변화를 지표로 한 경제학자의 분석을 보면 전 계층이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 상위 10%(10분위)의 세후 실질 소득은 1~2년 전 사이로 후퇴했고 8·9분위는 2~3년 사이 구간으로 퇴보했습니다. 맨 뒤인 1·2분위는 2017~2018년 소득구간으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일자리 현실은 증가 폭이 '6개 분기 연속' 둔화인데다, 청년층과 경제허리인 40대 일자리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고금리, 물가도 다시 3대로 진입한 마당에 불안한 일자리까지 쓸 여력이 없는 겁니다.
 
지배·피지배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혁명'이 중요하다고 했던가요. 경제적 삶을 무너트리고 있는 건 일반 국민들이 아닙니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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