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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 '깡' 걸려도 250만원만 내면 끝?
횟수기반 과태료 부과…죄질과 부정환전 액수 등 면밀한 고려 없어
입력 : 2024-03-08 오후 2:54:24
[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뒤 되팔아 차액을 챙기는 이른바 '온누리상품권 깡'을 하다 걸리면 금액이나 죄질에 상관없이 200만원대의 과태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상품권 부정유통 근절 의지를 밝혔지만 사실상 단속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입니다. 중기부 측은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높은 과태료를 부과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들고 있습니다.
 
8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오는 15일부터 온누리상품권 유통 전반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는 실태조사가 시행됩니다. 수년에 걸쳐 온누리상품권깡이 공공연히 벌어져왔고 특히 지난해 국정감사 등을 통해 이를 근절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됐습니다. 이에 따라 온누리상품권 유통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가능하게 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습니다.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114건, 18건의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적발했습니다. 2022년에 적발된 총 114건 중 107건은 과태료 처분을 받았고 과태료 부과와 함께 가맹 취소까지 동반된 사례는 7건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부과된 과태료 금액은△250만원(16건) △500만원(97건) △750만원(1건)이었습니다. 과태료 처분 대상자 가운데 99%가 250만원에서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것입니다.
 
2023년에는 총 18건의 부정유통이 적발됐습니다. 적발된 18건 중 과태료 부과는 17건, 가맹취소는 1건, 과태료 부과와 가맹 취소 처분은 1건으로 나타났습니다. 과태료 부과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250만원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6건이 500만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행정처분과 별개로 정부가 수사기관에 별도의 형사고발을 요청한 사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9년간 10건에 그쳤습니다. 중기부와 소진공은 부정환전 금액에 따른 과태료 처분 현황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의 부정유통 적발 건수가  2023년의 10배에 이르는 것은 지류 상품권 발행량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을 유발하는 것은 지류형 상품권으로, 2022년에는 2023년보다 3배 더 많은 양의 지류 상품권이 발행돼 시장에 유통됐습니다. 
 
현행법상 온누리상품권을 부정유통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부과 △가맹 취소 △지원 중단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과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르면 법 위반 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집니다. 다만 매집 행위의 규모나 부정환전 액수가 크면 별도의 △형사고발 △가맹 취소 △지원 중단 등의 조치가 더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태료 액수는 1회 적발 시 250만원, 2회 500만원, 3회 750만원 식으로 적발된 횟수에 따라 정해집니다. 형사 제재는 없습니다.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근절을 외치면서도 죄질과 부정환전 액수 등에 대한 면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위반행위 횟수에 따라 기계적으로 과태료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에 대해 단속의지가 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중기부는 정서상 부정유통 적발자에 대한 과한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중기부 관계자는 "경기도 어려운데 시장상인이 과태료 500만원 처분을 받으면 힘들 것"이라며 "부정유통 적발대상에 대한 과태료 처분 수위 상향, 형사처벌의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나, 정서상 현장에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누리상품권 거래가 이뤄지는 상품권판매소들이 밀집돼 있는 거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secho@etomato.com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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