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내년 해운동맹 개편과 길어지고 있는 '홍해 사태'로 해운업계 시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의
HMM(011200) 재매각 계획도 안갯속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국적선사 HMM은 현재 KDB산업은행(산은)·해양진흥공사(해진공)와 하림그룹의 매각 협상이 지난 6일 최종 결렬되면서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매각 측은 지난해 HMM 연내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인수 측과 실질적인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견해차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HMM 매각 작업이 원점이 됐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재매각에 섣불리 나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7일 "현재 HMM에 대한 재매각 계획은 없다"며 "국가 재정이 투입된 회사이기 때문에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간다는 정도만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해운업황의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자 정부의 HMM의 '새 주인 찾기' 작업이 단기간 안에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입니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항공, 해운, 물류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내년부터 글로벌 해운사 간 맺는 해운동맹 개편이 본격화되면서 업계에 큰 변화가 있을 전망입니다. HMM이 소속된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함께있는 독일 선사 하파그로이드가 빠지고 스위스 MSC와 덴마크 머스크가 있는 '2M'도 해체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부터는 머스크와 하파그로이드의 새 해운동맹 '제미니 협력'(Gemini Cooperation)이 탄생합니다.
HMM이 가입된 디얼라이언스에 하파그로이드가 탈퇴하면서 HMM의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습니다. 해운동맹은 해운업체 간 선박·컨테이너·터미널을 함께 이용하고 노선을 조정해 공동 운항합니다. 따라서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해운사가 넓은 수송 범위와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파그로이드가 디얼라이언스 총 선복량 중 40% 수준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디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의 경쟁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HMM의 해운동맹 격변에 대한 대응방안이 필요한 시기지만 채권단 체제가 길어질수록 이같은 급속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홍해 리스크'로 급등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고점이 찍힌 모양새입니다. 앞서 예맨의 친이란 반군 후티는 작년 말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는 선박들을 공격했고,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는 전 세계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가는 항로입니다. 이에 따라 물류 대란이 발생해 SCFI도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선사들이 선박 공급을 점차 늘려가면서 지수는 하락 추세로 돌아섰습니다. SCFI는 작년 11월 24일 993.21포인트(p)에서 지난 1월 19일 2239.61p을 정점으로, 계속 내려와 지난 8일 1885.74p를 기록했습니다. 향후 홍해 사태가 해소됐을 때 해운사들이 겪고 있는 수급 불균형 상황을 감안하면 SCFI의 추가 하락도 예상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꺾인 SCFI가 다시 상승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 불확실한 해운상황에서는 정부가 HMM 매각과 관련해서 올해 좀 더 신중히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여의도 HMM 본사.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