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이범종 기자] 국내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가 개발한 크로스체인 서비스 ‘오르빗 브릿지’가 해킹으로 10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탈취당한 지 7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피해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습니다. 특히 오지스 측이 지난 2월 ‘자산 복구 및 생태계 정상화 추진안’을 발표했지만, 해킹 후 ‘해소되지 않은 보안 이슈’로 오르빗 브리지의 토큰인 ‘오르빗 체인(ORC)’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되는 등 상황은 더욱 악화하는 모습입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오지스 사무실 (사진=이범종 기자)
12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인 빗썸과 코인원은 오는 19일 오후 3시 오르빗 체인의 거래를 종료합니다. 빗썸과 코인원 측은 “소명자료와 후속 대처만으로는 보안 이슈가 해소됐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는데요. 해킹으로 인해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지 2달여 만입니다. 결국 오지스가 해킹으로 인한 내부 보안 이슈를 결국 해소하지 못하고 거래소 설득에 실패한 것입니다.
오지스 측에 따르면 앞서 지난 1월1일 오르빗 브릿지는 이더리움 볼트에서 발생한 익스플로잇(취약점 공격)으로 8150만 달러(약 107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됐습니다. 이후 오지스 측은 오르빗 브릿지의 재개 및 사용자 자산 복구 등을 추진했지만, 이번 거래소의 결정으로 암초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오지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투자자에 사과를 하면서 “사건 해결만이 신뢰 회복 및 성장 동력 회복의 길이라고 여기며 모든 과정에 임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탈취 자산 추적 및 회수, 자산 복구 및 생태계 완전한 정상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럼에도 믿을 수가 없다는 게 투자자들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한 투자자는 “사실 해킹 당하고 대처하는 것에 무슨 이런 대처가 있나 생각했는데, 역시 상폐 당하고도 아무 말을 안한다”라며 “우리가 몇 년을 믿은 사람들의 대우가 이런 식인데 이제 무슨 말을 하든 믿지도 못하고 신뢰도 없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투자자는 “커뮤니티와 소통도 부재하고 뾰족한 대책 없이 두 달을 보냈다”라며 “이 정도라면 의장 사재라도 털어서 복구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은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자산 복구 일정을 오지스 측이 내놓지 않고 있는 데다, 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 상장폐지까지 더해져 사태가 심각해짐에도 이대형 오지스 의장이 책임 있는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이번 해킹이 내부 소행이라는 의심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회사 측의 상세한 설명이 없어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지스 측은 내부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의뢰한 상태지만, 이 역시 해결은 요원해 보입니다. 이번 사건은 경찰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공동으로 수사 중인 상태인데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이 같은 가상자산 해킹 사건 수사의 경우 길게는 수개월의 기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찰과 KISA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 주기 어렵다”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상황 속 투자자들만 하루하루 불안감에 피만 말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경우 내부적인 이유든 외부적인 이유든 운영사의 책임으로 자본시장이었다면 중징계 건”이라며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 제도의 시행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가상자산 업계는 오지스 측의 소통 등 대처가 미흡했다고 지적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해킹이 발생했을 경우 타임라인과 계획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소통해서 발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해킹이 되고 상장폐지까지 결정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소통이 없다고 불안해한다면 기본적인 대처를 잘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을 발행한 회사 측에서 투자자들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을 납득할 만하게 공유했다면 지금처럼 불만이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사진=오르빗 브릿지 홈페이지)
이와 관련 오지스 측은 “소통은 어느 프로젝트보다 꾸준히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사고 발생 직후부터 일주일에 한 개, 많을 때는 두세 개씩 내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는데요. 이어 “재개, 기능 정상화, 펜딩 자산 반환에 관해서도 지속적으로 메시지가 나가고 있고, 오늘 중에도 추가로 메시지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가상자산 복구 계획과 관련해서는 “자산 매입과 관련해 공지가 나갔고, 세부적으로 관련된 지갑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규모적인 부분이 크지만, 전체적으로 피해를 최대한 복구하고 생태계를 정상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라며 “새로 만드는 ‘실리콘’이라는 신사업과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 활용해서 비어진 곳간을 지속적으로 잘 채우고, 조속히 생태계를 정상화하고자 하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배덕훈·이범종 기자 paladin7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