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삼성물산 사옥.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삼성물산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표 대결을 벌여 이겼습니다. 주주들과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70%가 넘는 지지를 보냈습니다.
삼성물산은 15일 서울 강동구 본사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이사 선임 등의 주요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이사회가 올린 배당안이 77%의 찬성을 받아 회사 측의 배당안이 가결됐습니다. 이에 따라 주당 2550원(우선주 2600원)을 배당하는 안이 확정됐습니다. 국민연금은 전일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에서 이익배당과 관련해 이사회 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습니다.
앞서 시트오브런던 등 5개 행동주의 펀드들은 삼성물산 보통주 한 주당 4500원(우선주 4550원)의 현금 배당과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요구했는데요. 이 제안에 대한 찬성률은 23%에 그쳐 부결됐습니다.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을 요구도 부결됐습니다.
이날 주총장에는 행동주의 펀드 측을 대리하는 도현수 법무법인 린 변호사가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삼성물산의 우량 자산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주들은 지속적으로 투자 손실을 보고 있다"며 "삼성물산의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 디스카운트는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삼성물산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대로 배당이 이뤄지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체 투자 재원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송규종 삼성물산 부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은 "기후위기, 인공지능(AI) 확산,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 대내외 환경을 고려하면 당장 자사주 매입에 현금을 투입하기보다 신규 투자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며 "내년 하반기에는 다양한 주주환원 방법을 고민해 주주들의 요구에 부응토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삼성물산은 이날 모두 1조원 규모의 보통주 781만주와 자사가 보유한 우선주 전량인 16만주를 소각하는 안도 의결했습니다. 여기에는 과거 제일모직과 합병할 당시 취득한 자기주식인 보통주 188만 8889주와 기타 주식 15만 9835주를 임의·무상 소각하는 감자도 포함됐습니다.
사내이사로 오세철 건설부문 사장과 이준서 패션부문 사장이 연임됐고, 이재언 상사부문 사장이 신규 선임됐습니다. 사외이사로는 최중경 한국가이드스타 이사장이 연임됐고,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신규 선임됐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