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올해 들어 건설사들의 전체 수주실적이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감소했습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분양 시장에 대한 불안감,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등 부정적 이슈가 이어지며 건설업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1월 건설 수주량은 8조5639억원으로 전년 동월 18조4721억원에 비해 53.6% 감소했습니다. 이는 2010년 10월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입니다. 민간 부문의 경우 16조5719억원에서 6조2391억원으로 1년 새 10조원 넘게 줄었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건설 수주액도 189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17.4% 감소했는데요.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PF 리스크 확대 등 영향으로 민간수주액이 30% 이상 위축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건설업계는 공사비와 조달 금리 상승으로 수주를 기피하는 데다, 신탁사가 리스크 관리 조절을 위해 물량을 조절하며 발주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죠. 신규 수주 감소로 신탁수수료 수익은 2022년 2분기를 기점으로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금리가 크게 내리지 않는 이상 계속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수주 감소는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입니다.
실제로 주요 건설사는 철저하게 옥석을 가리며 보수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신반포27차는 앞서 유찰 후 두 번째로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입찰확약서를 제출한 건설사는 SK에코플랜트가 유일해 시공사 선정이 또 유찰됐습니다. 송파구 잠실우성3차는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모두 유찰돼 공사비를 증액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습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업황은 여전히 좋지 않고, 오른 공사비가 분양가에 반영됐지만 시장에서 그만큼 가격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매매수요가 빠지고 전세수요로 전환되고 있어 올해는 판매하지 못한 미분양 아파트를 우려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건설사 올해 수주 목표 하향 조정
업황 악화가 심화하며 건설주에 대한 수익률과 전망도 어둡습니다. 지난 2월 건설업종은 1.85% 하락하며 코스피 대비 3.97% 하락했는데요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월간 수익률이 부진했던 이유는 업종 전반 영업현금흐름둔화에 따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포함되기 어려운 환경과 PF 리스크 현실화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건설사는 올해 수주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액 목표를 지난해 수주 성과 대비 10.7% 줄어든 28조9900억을 제시했습니다. 삼성물산은 5.3% 줄어든 18조원, 대우건설은 12.94% 줄어든 13조2096억원, DL이앤씨는 22.09% 감소한 14조8894억원을 수주 목표치로 정했죠. 대우건설은 올해 사업에서 주택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을 60% 미만으로 낮춘다는 방침입니다.
주택 건설 경기 한파 속에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비건설 부문에서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섰습니다. 현대건설은 영국 소형모듈원전(SMR)사업 수주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텐 인터내셔널과 SMR 개발과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 등 원전 벨류체인의 전반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DL이앤씨 역시 SMR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입니다. 지난해 1월 엑스에너지에 2000만 달러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사업 개발에 나섰습니다. DL이앤씨는 SMR 사업과 접목한 친환경 에너지 밸류 체인을 구축해 신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최근 미국 SMR 개발사 엑스에너지, 한전KPS와 글로벌 SMR 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SK에코플랜트는 북미와 중동에 이어 아프리카까지 그린수소 출사표를 냈는데요. 최근 중국 최대 국영건설사인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 이집트에서 공동 프로젝트 공동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양사는 태양광 500MW, 육상풍력 278MW 등 총 778MW의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구축하죠.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원자재 가격 인상뿐 아니라 안전관리와 층간소음 등 소비자들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공사비는 오르는데 수익률은 낮아 주택 수주는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면서 "주택 사업 위주에서 고부가가치 상품인 데이터센터, 플랜트 등 사업 다각화와 함께 사업 면적을 해외로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