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반도체 수급난과 원자재값 폭등으로 극심했던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고금리에 따른 자동차 시장이 둔화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동결 또는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인데요. 올해 전기차를 중심으로 신차 가격이 진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최근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출시하면서 이전 연식 모델과 동일하게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2025년형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한국지엠)
글로벌 커넥티비티 서비스 '온스타'와 고급 편의사양을 적용하고도 가격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 5 부분변경 모델의 전 트림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코나 일렉트릭과 아이오닉 6 연식변경 모델은 각각 100만원, 200만원 인하했죠. 르노코리아도 올 초 XM3 하이브리드 연식변경 모델 기본가격을 400만원 낮췄고 KG모빌리티는 토레스 연식변경 모델을 55만원 인하했습니다.
한시적 할인이 아닌 출고 가격 자체를 낮춘 건 이례적인데요. 그동안 국내 완성차 업계는 연식변경, 부분변경 등 차량 상품성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으면서 가격을 수백만원씩 인상해왔습니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으로 출고가 길어지자 '배짱 인상'이란 비판까지 받을 정도였죠.
실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3620만원이었던 신규 등록 승용차 평균 가격은 지난해 4922만원으로 4년 만에 36.0%나 올랐습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국내 승용 평균 판매가격이 5270만원으로 전년 대비 4.7% 증가했습니다. 레저용차량(RV)은 11.3% 오른 5165만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00만원을 넘어섰죠.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5.(사진=현대차)
하지만 자동자 부품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주문대기 물량이 줄었고 금리 인상으로 신차 수요가 감소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올해 2월까지 국산차 판매량은 22만6692대로 5.4% 감소했고 수입차는 3만95대로 21.4% 줄었습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는 올해 내수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를 전년 대비 2.8% 감소한 170만대로 전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누적된 대기수요 소진가 소진되고 있고 경기부진으로 인한 가계 부채 증가, 높은 할부금리 부담 등으로 신차구매 수요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는 카플레이션을 주도했던 전기차가 올해 보급형 모델로 확대되고 자동차 원자재 가격도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가격 인상 움직임을 자제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미 전기차의 경우 올해 보조금 규모가 축소되면서 전기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가 속속 이뤄지고 있습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경제산업연구센터 자동차산업연구실장은 "올해 전기차 시장은 가격 인하와 저가형 모델의 출시 확대로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라며 "기존 내연기관차 수준의 합리적 가격 달성이 필수적인 만큼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어느 때보다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