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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부르는 '층간소음'…해법 찾기 분주
건산연, 10년 간 층간소음 상담건수 57% 증가
입력 : 2024-03-18 오후 3:35:21
 
[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동주택 층간소음 해소방안'을 발표했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과제입니다. 당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신축 아파트 건설 시 소음 기준에 미달하면 준공 승인을 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시공사가 소음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무한 보완시공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회갈등은 10여년 간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정부는 물론 건설업계에 시민들까지 층간소음 해결을 위한 해법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입니다. 특히 건설업계는 건축 설계와 자재 선택, 시공 방식 개선 등을 통해 층간소음 발생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도출하고, 이를 실제 시공 현장에 적용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0년 간 층간소음 상담건수 57% 증가
 
18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가 2014년 2만641건에서 2023년 3만6435건으로 약 57% 증가했습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를 예방하고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자 설치한 부서입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완충재를 시공하는 모습. (사진=롯데건설)
 
건산연에 따르면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해 상담을 신청한 사례 중 1% 내외는 소음측정 요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화나 방문 상담으로 해소되지만 소음측정 요구는 결국 이웃 간 갈등 크기를 대변하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임기수 건산연 연구위원은 "층간소음 전문 조정위원에 기존 환경·소음 전문가는 물론 국토정책 전문가, 경찰, 의사, 법조인, 건설업자 등의 층간소음 전문 분쟁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의 장기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건설업계, 전문 연구기관 설립·자체 기술 개발 주력
 
건설업계는 자재 개선, 설계·시공 방식 변경뿐 아니라 기업 산하 층간소음 전문 연구기관 설립, 업계 간 협력체계 구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층간소음 문제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개발해 층간소음의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연내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기술혁신 시험시설'도 개관할 계획입니다.
 
층간소음 1등급 저감 기술은 구조형식, 슬래브 두께, 완충재 등을 강화해 바닥충격음(소음) 수준이 37㏈(데시벨) 이하가 되는 기술을 뜻합니다. LH 관계자는 "통상 10㏈이 낮아지면 사람의 귀에는 2배 가량 소음이 줄어든다"며 "1등급 기술이 상용화되면 법적 층간소음 하한선인 49㏈보다 12㏈ 낮춰져 소음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시험시설은 세종시 '주택성능연구개발센터(HERI)' 부지 내 2개 동으로 건설됩니다. LH는 해당 시험시설을 민간에 개방해 층간소음 저감 기술·공법 개발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입니다. LH는 시설을 활용하면 그간 시뮬레이션으로 추정해왔던 1등급 기술 성능 실증이 바로 가능해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운섭 LH 건설기술본부장은 "더 이상 모두가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LH가 선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삼성물산도 대규모 체험형 연구시설을 통한 층간소음 저감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22년 업계 처음으로 국내 최대규모의 층간소음 전문 연구소를 설립한데 이어 대규모 체험형 연구시설을 개관했습니다.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인 '래미안 고요안랩'은 층간소음 전문 연구시설로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고요안랩을 통해 확보된 층간소음 저감 기술은 지속적인 실험과 검증을 통해 공동주택 건설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건설은 건설사 최초 3등급 현장인정 바닥구조를 적용한 상용화 기술인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Ⅰ은 단일 소재 중심의 완충재에서 복합 소재 완충재를 개발·제품화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대건설 관계자가 H 사일런트 랩에서 층간소음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또 시스템 진동 차단율과 온돌층 성능 개선을 위한 고밀도 몰탈 개발을 골자로 하는 'H 사일런트 홈 시스템 Ⅱ'도 현대건설의 층가소음 저감 주요 기술 중 하나입니다. 
 
DL이앤씨는 지난해 말 ‘D-사일런스 서비스(D-Silence Service)’를 경기 연천군 ‘e편한세상 연천 웰스하임’ 단지에 처음 적용했습니다. D-사일런스 서비스는 공동주택 거실과 세대 팬트리 벽면에 설치한 센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진동이 감지되면 월패드로 자동 알림을 보내줍니다.
 
DL이앤씨는 D-사일런스 서비스는 아랫집뿐 아니라 윗집이 받는 층간소음 스트레스도 해결해준다며, 고객에게 층간소음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GS건설은 지난해 자체 개발한 '신기준 1등급 바닥구조'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최초로 층간소음 법 기준과 평가방법을 만족하는 1등급 바닥구조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GS건설은 또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건축주택연구소 용인기술연구소 내 친환경건축연구팀을 통해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층간소음 저감 아파트에 "돈 더 쓸 수 있어"
 
일각에서는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새로운 건축 자재 등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며 오히려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 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층간소음을 줄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DL이앤씨가 개발한 ‘D-사일런스 서비스’의 알람이 울리는 모습. (사진=DL이앤씨)
 
지난해 말 LH 토지주택연구원이 조사한 '공동주택 거주자 대상 층간소음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층간소음 저감형 아파트 분양에 따른 주택 구매 시, 응답자의 절반 이상(53.8%)는 100만원 이상의 추가 금액을 부담할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1000만원 이상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응답자도 3.8%에 달했습니다.
 
임기수 연구위원은 "건설업계는 건축 설계, 자재 선택, 시공 방식 등을 개선해 층간소음 발생 최소화 방안을 강구하고, 시민들도 층간소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웃을 위한 배려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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