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증권업계가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프라 구축부터 사업 협업 등 다각도로 구상 중이지만 법제화가 더딘데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지 않아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입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STO 시장이 올해부터 본격 개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사업화에 나섰습니다.
토큰증권(ST)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해 자본시장법상 증권을 디지털화한 것을 말합니다. 금융상품은 물론 귀금속, 부동산, 미술품 등 대부분의 자산을 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토큰증권 시장 조성에 대한 기대를 키웠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시장은 올해 34조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에는 367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금융업 관련 시장이 70%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증권업계는 STO 플랫폼 구축부터 조각투자 플랫폼과의 협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앞서 NH투자증권과 KB증권,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컨소시엄을 구성해 STO 인프라 구축을 준비 중이고, IBK투자증권과 대신증권도 토큰증권 플랫폼을 개발 중인 코스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SK텔레콤, 하나금융그룹과 손잡고 '넥스트 파이낸스 이니셔티브'를, 삼성증권, SK증권은 우리은행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
최근에는 신한투자증권과 SK증권, 블록체인 기반 개발사 블록체인글로벌이 '프로젝트 펄스'를 출범, 조각투자와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대상의 블록체인 금융 인프라 시범 사업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협업을 통해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인프라부터 컨설팅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교보증권은 지난달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소유' 운영사 루센트블록과 MOU를 체결했고, 한국투자증권은 아트 플랫폼 '아투' 운영사 아비투스 어소시에이트,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운영하는 스탁키퍼와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증권사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관련 법안 마련은 더디기만 합니다. 토큰증권 관련 법제화 논의가 중단되면서 증권사들의 사업 참여에도 제동이 걸린 것입니다. 금융위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하고 제도화에 나섰지만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황입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작년 7월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은 국회에 계류돼 다음 국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분위기입니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행법상 토큰증권(ST) 시장은 가상자산 시장처럼 발행·유통 분리 원칙을 적용한 상태로, 향후 제도 변경 여부를 알 수 없기에 초기 ST 시장에서 증권사는 발행과 유통 각 분야에서 분리된 수익모델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도 크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 열매컴퍼니의 미술품 쿠사마 야오이의 '호박'은 청약률이 73%에 그치며 실권이 발생했고, 서울옥션블루가 선보인 앤디워홀의 '달러사인' 8호 공모도 청약률이 77% 수준이었습니다. 유명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계약증권 청약에서도 실권이 발생한 것입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본격 개화하려면 무엇보다 법제화에 속도가 붙어야 한다"라며 "당장의 수익을 바라보는 사업이 아니라 시장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각도로 사업 모델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앤디 워홀의 1981년 작 '달러 사인'. (사진=서울옥션블루)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