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해외 직구(직접 구매)' 시장이 다양한 이커머스 기업들의 각축전으로 인해 점차 다변화하는 모양새입니다. 그간 직구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소수 수요층이 선호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성격이 짙었는데요.
직구를 대표하는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알리)의 국내 침투가 가속화하면서 중국 제품들의 직구가 대폭 늘기 시작했고, 이에 쿠팡 등이 일본 직구 활로를 뚫으며 맞대응에 나서는 등 직구 국가 포트폴리오는 전폭적으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해외 직구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해외 직구액은 지난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2년 5조3000억원, 지난해 6조8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같은 해외 직구 시장 확대는 알리,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국내 공습이 본격화한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들 업체는 손쉬운 구매 절차, '0' 하나가 빠진 경쟁력 있는 가격 등을 무기로 초저가 시장을 공략하며 국내 소비층을 빠르게 공략해 나가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 과정에서 알리와 테무는 가품, 불량품 등도 함께 판매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중국 직구 시스템을 사실상 제도권으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전자상거래로 중국에서 국내로 들어온 직구 규모도 급증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서 온 전자상거래 물품 건수는 8881만5000건으로 전년(5215만4000건)보다 70.3% 늘었는데요.
지난해 전체 통관된 전자상거래 물품이 1억3144만3000건으로 36.7%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중국발 직구 규모 증가폭이 더 가팔랐던 셈입니다.
국내 1위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일본 직구 서비스를 추진하며 맞불을 놨습니다. 이달 초 쿠팡은 미국, 중국, 홍콩에 이어 해외 직구 서비스인 '로켓직구' 일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는데요.
쿠팡은 이번 로켓직구 서비스를 통해 닛신(Nissin), 메이지(Meiji), 르타오(LeTao), AGF 등의 식품·간식 품목은 물론, 센카(Senka), 비오레(Biore), 피노(Fino), 츠바키(Tsubaki), 일본 피앤지(P&G) 등 생활용품·뷰티 브랜드들도 선보입니다.
면세 업계도 일본 직구 시장 공략에 나섰는데요. 이는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국내 일본 직구 금액이 늘고 있는데 따른 조치입니다.
롯데면세점은 자체 온라인 직구몰인 '긴자 일본직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긴자 일본직구는 롯데면세점이 지난 2021년 6월 오픈한 온라인 직구몰 'LDF BUY(엘디에프 바이)'의 변경된 명칭으로, 롯데면세점 일본 법인이 직접 상품 소싱 및 운영을 담당합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일본을 통해 직구 시장을 확장하는 것은 나름 현명한 판단으로 보여진다"며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제품의 신뢰도가 중국 제품 대비 높은 점도 수요층 확보에 유리한 까닭"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직구 시장의 다변화 흐름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데요.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간 직구 시장은 일부 숙련된 수요층이 이용하는 틈새시장이라는 이미지가 짙었지만, 다양한 업체들의 유입과 함께 점차 메인 쇼핑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흐름과 맞물려 국경 없는 쇼핑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의 시대 변환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인천 중구 인천세관 특송 물류 센터에 해외 직구 물품들이 쌓여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