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서울지역 의대생과 학부모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한 행정소송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의대 교수협의회와 전공의 대표들에 이어 학부모까지 소송 행렬에 동참한 겁니다.
이번에는 의대정원을 늘리는 문제와 함께 증원이 지방에 집중됐다며 ‘서울·수도권 역차별’이란 취지로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습니다. 학부모들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제기한다는 계획입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의대생과 학부모, 수험생들은 전날 서울행정법원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의대정원 증원과 배정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19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 충북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앞에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현장 방문에 맞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법무법인 찬종 변호사는 “공정과 상식에 걸맞은 의대 증원분 배정은 없었다”며 “정부가 대구와 경북 등 지방 특혜와 수도권 역차별 배정만 발표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특히 서울 소재 의대정원을 증원하지 않는 건 헌재 판례에 의할 때 명백한 역차별”이라며 “조만간 헌법소원과 집행정지 가처분신청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분 2000명에 대한 대학별 배분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위해 비수도권에 1639명(82%)을 배정했고, 경기·인천 지역에 나머지 361명(18%)을 배정했습니다. 서울 지역 의대에 배정된 증원분은 없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교육부 장관이 구체적인 배분 처분을 하면서 처분성이 생겼다”며 “서울 지역 의대교수와 수험생들은 역차별로 헌법상 평등권, 평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의 침해가 명백해 원고적격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부의 의대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은 33개 의대 교수협의회와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전공의 대표들이 제기한 데 이어 세 번째입니다. 관련 소송에 참여한 이들은 12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LO 개입 요청에 ‘자격없음’ 통보
하지만 당사자 적격성 여부는 여전히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육부의 이번 처분으로 수험생 등이 당사자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행정소송의 엄격한 적격성 판단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의대 교수나 수험생, 학부모들이 증원 행정처분의 직접적 피해자들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는다 해도 반사적 불이익에 불과하지 법적 불이익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소송을 계속 제기한다고 하는데, 의료계에서 전략적으로 실패하는 것 같다”며 “소송을 하면 이겨야 한다. 무리하게 소송만 제기하다 끝나면 정부의 합법성만 강조해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강조노동 금지’ 협약 위반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ILO는 전공의협의회가 노사 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청할 자격이 없다고 통보했습니다.
노동부는 이날 “ILO 사무국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견조회 요청 자격이 없음을 통보하고 종결 처리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