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창립 55주년 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최근 본사에서 열린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대한항공 임원들은 최대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만 타라고 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그렇게 이야기한 배경에 관심이 갔습니다.
어떤 질문에 대한 답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추측해보면 ‘아시아나항공과 문화가 다른데 이 간극을 어떻게 좁힐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 아니었을까요?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탱하고 구축해온 두 항공사는 50년이 넘도록 같은 사업모델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만들어왔고 지켜왔습니다. 몸집은 쉽게 두 배로 커질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다져온 문화를 하나로 합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가령 조종사들이 항공기를 몰기 전에 점검하는 체크리스트 우선순위부터 다를 수 있고, 객실승무원의 경우 승객에게 음식을 전달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누구 것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냐는 적잖은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인수하는 ‘대한항공을 따를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조 회장의 발언을 추정해보면, 임원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어떻게 비행이 되고 어떻게 기내 서비스가 되는 지를 파악해보라는 의미인 것으로 보입니다. 미리 실사차원에서 다른 게 무엇이고 더 나은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보라는 메시지로 해석됩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 조 회장의 발언은 합병이 100% 될 것이라는 자신감에 근거했다고 봅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허들 높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로부터 아시아나 기업결합 승인을 조건부로 받으면서, 사실상 미국 법무부(DOJ) 승인만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대한항공이 EC에 제출한 시정조치안에는 독과점이 우려되는 유럽 4개 노선(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에 티웨이항공을 진입시키는 조건과 화물사업부 매각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티웨이가 유럽에 실제 운항이 가능토록 대한항공이 슬롯(항공기 이착륙 허용 횟수), 운수권(항공기로 여객과 화물을 탑재하고 하역할 수 있는 권리)과 같은 자산을 양도하고, 티웨이가 4개 노선에 운항을 시작할 때까지 합병을 완료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은 6월까지 DOJ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겠다는 입장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