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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김혜선 기자]
비보존제약(082800)이 지난해 흑자전환을 이루면서 숙환을 해소했지만, 유동성 악화라는 새로운 복병을 맞았다.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발생으로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CB가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비보존제약은 향후 대규모 현금 유출 예정은 없기 때문에 사업 재편 효과에 힙입어 개선된 실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사진=비보존제약)
비주력 사업 접고 제약 사업 집중해 5년 만에 흑자 전환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비보존제약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원으로, 영업손실 54억원이 발생한 직전연도와 비교해 흑자전환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발광 다이오드(LED) 사업과 화장품 사업을 정리하고 의약품 사업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된다.
앞서 비보존제약은 지난 2017년(50억원)을 시작으로 5년간 영업손실을 지속했다. 이에 매출 비중과 수익성이 높지 않은 비주류 사업을 정리했고, 판매비와 관리비 비중이 줄면서 흑자 전환을 이루게 됐다. 실제 지난해 비보존제약의 판매비와 관리비 비중은 40.29%(287억원)로 직전연도 269억원(52.12%)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11.83%포인트 만큼 줄었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비수익 사업인 광사업, 헬스케어 사업부를 정리하고 제약 사업에만 집중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라고 전했다.
제약 사업에만 집중한 결과로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외형성장을 이뤄 매출 71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발생한 이후로 최대 매출이다. 사업 부문별로는 전문의약품(ETC) 사업부가 지난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영향이 컸다. 비보존제약 측에 따르면 셀타플루(호흡기), 아토르바스타틴정(고지혈증), 제이비카정(고혈압) 등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사업별 매출을 살펴보면 제약 사업의 영향력이 컸던 걸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22년에는 LED(56억원), 제약(516억원), 화장품(19억원) 등 각 사업별로 매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LED와 화장품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제약 사업으로만 713억원의 매출을 냈다. 여기에 비보존제약은 설비투자로 인해 의약품 생산성이 향상되고 원가가 절감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비보존제약의 오랜 고민이던 실적 개선이 이뤄지자 영업활동현금흐름도 개선됐다. 2022년까지는 영업활동으로 33억원의 현금이 유출됐지만 지난해에는 30억원 만큼 유입됐다. 지난 2020년 영업활동으로 46억원의 현금이 유입된 이래로 첫 플러스(+) 전환했다.
풋옵션 발동에 유동성 우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개선되면서 이 기세를 이어나가야 할 시점이지만, 비보존제약은 유동성 악화라는 새로운 복병을 맞이했다. 지속적으로 유동성 자금이 감소한 데 이어 최근 제20회차 CB에 대한 풋옵션이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20회차 CB는 2022년 12월20일 발행한 3년물로, 발행 총액은 31억원이다. 채권자인 피에스 성장 투자조합은 풋옵션 행사 시작일인 지난해 12월20일에 곧바로 2억원 만큼 조기 상환을 청구했다. 이어 지난 20일에도 24억원에 대한 풋옵션이 이뤄졌고, 현재 5억원의 잔액만 남았다.
이는 비보존제약의 불안정한 주가로 인해 차익실현을 포기하고 이자수익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일 조정된 제20회차 CB의 전환가액은 3135원으로, 이날 종가는 3080원을 기록했다. 주식 전환을 통한 이익 창출이 어려워지면서 풋옵션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20회차 CB는 표면이자율 6%, 만기 이자율 10%로, 매 3개월 단위로 이자 지급기일마다 이자지급기일 당일 본 사채의 미상환원금잔액에 표면이자율 6%를 적용해 연간 이자의 4분의 1씩을 후급한다. 이에 첫 풋옵션 실행 금액인 5억원에 대해서 4.15% 이자율이 적용된 5억2826만2500원, 이번 24억원은 5.2% 이자가 붙어 25억6215만1200원이 지급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일반적으로 전환사채 목적은 주식 전환을 통해 큰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라며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낮으면 주식으로 전환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풋옵션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제20회차 CB의 풋옵션으로 비보존제약의 유동성이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보존제약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및 단기투자자산 포함)은 177억원 수준이다. 풋옵션 금액인 24억원을 유동성 자금에 단순 감산하면 153억원이 남는다.
여기에 제20회차 CB의 잔액 5억원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제19회차 CB도 존재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제19회차 CB 잔액은 70억원이며, 올해 12월17일 만기가 도래한다. 기간이 되면 연 이자율 2%를 적용해 상환해야 한다. 여기에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차입금 83억원도 있다. 현재 비보존제약이 보유한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 방안에 대한 <IB토마토>의 질문에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증설이나 신사업 추진 계획이 없기 때문에 단기적 자금조달 이슈나 유동성과 관련한 문제는 없다"라며 "특히 지난해부터는 부진했던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제약산업 위주로 재편해 영업이익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에 향후 재무적 안정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만약에 중장기적으로 투자나 임상을 위한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기면 최대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금 유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