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녹색정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대표적 진보정당인 녹색정의당이 존폐 위기를 맞았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녹색정의당의 지지율은 비례대표 확보 요건인 3%를 밑돌고 있습니다. 지역구도 전멸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대로 가면 국회 의석수는 '0석'으로, 원내 진입 자체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특히 '조국혁신당 돌풍'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녹색정의당이 겹악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당 상징 '심상정'마저 고전…'조국 돌풍'에 최대 위기
최근 비례대표 투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녹색정의당은 비례대표 당선 기준인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27일 공표된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 결과(23~2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녹색정의당의 비례대표 투표 정당 지지율은 2.2%였습니다. 이어 전날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23~24일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선 ARS 방식)에선 녹색정의당의 비례대표 투표 정당 지지율이 2.0%로 집계됐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받으려면 총선에서 유효 투표수가 3% 이상 나오거나 지역구 중 5석 이상을 차지해야 합니다. 여론조사상이지만 2%대 지지율로는 단 1석의 비례의석도 얻을 수 없습니다. 2000년 이후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에서 최소 1석 이상을 얻었던 녹색정의당은 지역구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경기 고양갑은 녹색정의당의 유일한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 후보가 5선에 도전하는 곳이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지난 25일 공개한 <경인일보·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 결과(23~24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무선 ARS 방식)에 따르면, 고양갑에서 김성회 민주당 후보 48.3%, 한창섭 국민의힘 후보 29.4%였고, 심 후보는 12.4%로 3위에 그쳤습니다. 녹색정의당의 지역구 후보 수도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77명의 지역구 후보를 냈지만 이번 총선에선 17명에 불과합니다.
역대 총선에서 일부 진보층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민주당 후보에게, 비례대표 정당은 소수 진보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경향도 이번엔 기대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조국혁신당이 녹색정의당의 자리를 대체, 이른바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투표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은 각각 29.5%(조원씨앤아이), 29.1%(미디어토마토)로, 30%에 달했습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지지세를 훌쩍 뛰어넘으며 이번 총선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핵심 지지층인 진보층이 조국혁신당 지지로 이동, 녹색정의당이 휘청이는 모양새입니다. 녹색정의당은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래픽=뉴스토마토)
민노당, 2004년 첫 국회 입성…2012년 땐 13석 최다 기록
2000년 이후 진보정당의 역사는 파란만장했습니다. 2004년 총선에서 10석을 획득한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 사상 처음으로 원내에 진입했습니다. 이후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민족자주파(NL)와 갈등을 겪은 심상정·노회찬 의원이 민주노동당을 떠나 진보신당을 창당했습니다. 분열된 진보정당의 위력은 없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5석을 얻는 데 그쳤고 진보신당은 단 한 석도 없지 못했습니다. 위기를 맞은 진보정당은 민주노동당·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국민참여당과 합당한 뒤 통합진보당을 만들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로 총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습니다. 역대 진보정당 가운데 최다 의석입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같은 해 통합진보당의 당내 패권주의와 종북주의를 우려한 노회찬·심상정·유시민 등 비당권파들이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뒤 진보정의당을 창당했고 이후 정의당으로 당명을 다시 바꿨습니다. 이어 정의당의 역사는 현재 녹색정의당까지 이르렀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이듬해인 2013년 내란음모 사건으로 해산 결정을 받았습니다. 당 주도 세력이 북한과 연계해 활동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013년 8월 국가정보원의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발단이 됐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민중당을 거쳐 진보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정의당은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선 각각 6석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정의당의 존재감은 옅어졌습니다. 위기는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예고됐습니다. 정의당은 내부적으로 5% 득표율을 목표로 선거에 나섰지만 권수정 후보는 1.83%를 얻는 데 그쳤습니다. 정의당은 당의 낮은 지지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내홍을 겪었습니다. 결국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정의당이 통합하며 녹색정의당을 창당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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