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와 여러 기관, 단체의 보도자료를 접하고, 취재하며 기사를 쓰는 기자로서 최근 보도자료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한 소비자단체가 간편 사골육수 10개 제품을 비교한 자료에 기반한 기사를 접하게 됐는데요. 평소에 간편 사골육수를 자주 구매해 이용하는지라 눈길이 갔습니다. 포털에 게재된 기사들에는 '나트륨 함량 시험 결과'를 막대로 나타낸 그래픽도 함께 있었는데요. 특정 회사의 나트륨 함량이 타사에 비해 무려 두 배가량 높았어요. '이 제품은 사지 말아야겠다'며 제품명을 기억했습니다.
한참 후에 이 기사의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정 용량(100g)당 나트륨을 비교한 부분은 타당했으나, 제품 1개의 나트륨 함량을 '단순 비교'한 부분이 해당 제품을 '나트륨 폭탄 사골 육수'로 오인하게 만들었습니다. 제품마다 용량이 다른데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나트륨 수치만 부각되게 표기한 것입니다. 나트륨 수치가 유난히 높게 나온 제품의 용량은 '1000g'이었습니다. 10개 제품 가운데 7개가 500g 용량 제품이었고, 300g, 600g, 1000g 제품이 각각 1개씩이었으니, 1000g짜리 제품의 나트륨 함량이 높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겠지요. 이 때문에 제품 1개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했을 때 10개사 중 1개 제품만 1일 영양성분 기준치를 초과했고, 제품 간 1일 영양성분은 무려 최대 25.1배까지 차이가 났습니다.
나트륨 함량 조사 결과를 막대 그래프로 표시한 것도 적절치 않았습니다. 제품 100g당 나트륨 함량을 비교해 이를 막대로 표현한 것은 무리 없었으나 여기에 제품 1개당 나트륨 함량을 계산한 수치를 함께 표기한 것은 독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 제품 1개당 용량이 각각 표시돼 있지 않아 마치 같은 중량의 제품을 비교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물론 보도자료 맨 마지막에 간편 사골육수 시험평가 종합결과표를 통해 용량이 기재된 표가 첨부돼 있었으나, 이를 처음부터 발견하고 용량을 바르게 기재하고 비교한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 제품의 나트륨 함량을 다수의 다른 제품의 용량(500g)으로 환산하면 평균 수준입니다.
일각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 소비자단체는 그래픽에 제품 용량을 표기한 수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사들은 이미 벌써 출고된 후였지요. 일부 기사가 수정됐을지 몰라도 이렇게 수정된 기사가 다시 포털 상단에 등장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품의 영양성분과 안전성을 검증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 비교 방법과 결과 설명 및 표시가 매우 미흡하고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설립 의도이자 존재 이유 아닌가요. 이 과정에서 '동일한 기준'에 의해 제품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이 단체의 발표를 앞으로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이 과정에서 인지도에 타격을 입은 기업의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나요. 동일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한 비교·분석에 의한 발표인지 더 꼼꼼하게 따져보지 못한 언론도 반성해야 할 부분입니다.
이보라 중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