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한 은행들의 노력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으로 한 방에 물거품이 됐습니다. 5대 시중은행의 홍콩 ELS 배상금 규모는 작년에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의 40%에 달할 전망입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부터 3년간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는 15조4000억원에 이릅니다. KB국민은행이 8조197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2조3701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SC제일은행 1조2427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입니다.
금융감독원은 배상 비율을 대부분 20~60% 수준에 분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산술적으로 따졌을 때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홍콩 ELS 배상 규모가 최대 1조7000억원대로 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배상금이 8000억~1조원 내외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은 2800억~3000억원, 하나·농협은행은 2000억원 안팎, 우리은행은 100억원대로 예상됐습니다.
이들 5대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벌어들인 비이자이익은 총 4조5604억원으로, 홍콩 ELS 배상 규모가 비이자이익의 40%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5대 은행은 지난주 일제히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홍콩 ELS 손실 관련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고 투자자들에 대한 자율배상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배상 절차는 이르면 이주부터 시작할 전망입니다. 홍콩 ELS 만기가 상반기에 집중된 만큼 배상에 따른 손실분은 당장 실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권에 자율배상을 할 경우 과징금 등 제재 결정 시 고려하겠다며 자율배상을 권고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불완전판매를 한 은행들은 전체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낼 수 있습니다.
금융권 안팎에선 은행들이 고객이 실제 실현하는 이익 중심으로 KPI(핵심성과지표)를 개선하는 것이 중·장기적 관점으로 이익이라고 지적합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기존에는 고위험상품일수록 신탁보수가 높게 측정이 돼있다 보니 영업 채널에서는 판매보수 극대화를 위해 위험한 상품 위주로 판매한 경향이 있다"며 "해외처럼 마지막에 고객이 실현하는 이익에 비례해 KPI를 가져가도록 하면 위험한 상품을 섣불리 팔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추구해 지금과 같은 이슈가 발생하면 결국 새로운 먹거리가 하나 날아가는 셈"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안전하게 판매하는 것이 금융사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