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가 전 산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는 등 변화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신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은 다소 아쉽기만 합니다.
플랫폼을 위시한 ICT 업계 산업군은 기존 전통산업군과 사업 전략과 방식, 그리고 비즈니스모델(BM) 등이 결이 많이 다르지만 정부는 여전히 ‘독과점 폐해’만을 부각하면서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 우려의 목소리는 일관됩니다. 신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축시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또한 앞선 많은 사례와 같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는 점은 역차별의 우려도 낳습니다.
실제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마켓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외산 게임들은 여전히 제도를 준수하지 않고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정안에 맞춰 제도를 준수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와는 대조적입니다.
이처럼 규제에만 시선이 사로잡혀 진흥 정책이 우물쭈물해진 사이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침투는 갈수록 심화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미 유통업계에서 잘 알려진 이른바 ‘알·테·쉬’의 공습은 국내 중소 커머스 플랫폼의 존폐가 거론될 정도의 위기로 작용합니다.
리걸테크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법무법인 등이 리걸테크 플랫폼과 함께 너도나도 생성형 AI 산업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낡은 법 규정 등은 산업 진흥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리걸테크 ‘공룡’으로 불리는 ‘렉시스넥시스’는 최근 국내에 ‘렉시스플러스 AI’를 출시하고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AI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다가올 AI 시대, 패권을 쥔 승자는 아직 없습니다. 누가 패권을 쥘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자유 경쟁’을 위한 전폭적인 ‘진흥 정책’이 없다면 패권 승부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AI에 투자를 강화하겠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겠다”라는 정부의 외침은 꺼지지 않는 ‘규제’의 불에 의해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AI 산업의 승부가 갈릴 골든타임이 머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규제보다 진흥에 주력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