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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조은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김택진 단독 대표 체제에서 박병무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 체제로 변화해 경영 쇄신에 나선다. 김 대표는 게임 전반을 지휘하고 박 대표는 게임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M&A) 등 경영 효율화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특히 주요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의 매출이 부진한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으로 게임 개발과정 혁신에 도전한다.
(왼쪽부터) 김택진 대표, 박병무 대표 (사진=엔씨소프트)
김태진·박병무 공동대표 선임해 M&A로 지식재산권(IP) '다각화'
29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8일 열린 제 2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박병무 대표이사를 선임해 김택진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 체제를 수립하기로 했다.
박병무 대표이사는 이번 주총에서 글로벌 경쟁력 구축, 경영효율화, 데이터 기반 관리 시스템 완비, M&A와 투자를 통한 지식재산권(IP) 확보 등을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매출이 다소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외 게임사 M&A와 투자를 통해 보유 지식재산권(IP)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1961년생인 박 이사는 김택진 대표와 대일고등학교·서울대학교 동문이다. 엔씨소프트와는 지난 2007년부터 경영 자문을 맡았고 비상근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가했던 만큼 시너지가 기대된다. 서울법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지낸 바 있어 최근 리니지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 다루기에도 능통할 전망이다. 경영 면에서도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장, 뉴브리지캐피탈 코리아 사장,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사모펀드 VIG파트너스 이사를 역임했고, 넷마블 인수합병에도 직접 나선 만큼 M&A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그간 인수합병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박 대표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2년 엔트리브소프트 지분 98%를 1222억원에 인수했다. 지난 2015년
넷마블(251270)(당시 넷마블게임즈) 지분 6.9%를 3803억원에 사들인 것 외에는 가장 큰 금액으로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엔트리브소프트는 현재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며 폐업 수순에 들어갔다. 엔트리브소프트가 개발·운영하던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트릭스터M’을 비롯해 야구 게임 ‘프로야구H2·H3’ 서비스도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엔씨소프트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3652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 여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금융상품까지 합치면 지난해 현금성자산은 1.5조원에 달한다. 유동자산은 2.3조원을 기록해 현금 유동성도 충분한 상태다.
박병무 대표이사는 “원론적으로 저희 관심 1순위는 게임사에 대한 투자와 M&A다”라며 “엔씨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것인데 일단 국내 기업이 후보군이다. 게임 이외의 후보군은 엔씨와 시너지가 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재무적 안정성, 수익성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리니지' 약화에 AI 도입으로 게임 개발 과정 '단축화'
현재 엔씨소프트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포스트 리니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리니지는 최근 매출이 부진한 데다가 기대를 모았던 신작들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엔씨소프트는 새로운 경영 효율화 전략으로 인공지능(AI)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2022년까지는 사업보고서에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 게임의 각 매출을 기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사업보고서부터는 각 게임 매출을 모두 통합해 모바일게임으로 묶어 기록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글로벌 규격(스탠다드)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리니지 IP 관련 모바일 게임 매출은 확연히 줄었다.
2022년 리니지M·리니지2M·리니지W를 합친 매출은 1조878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전체 모바일 게임 매출 1조9343억원의 97%에 달한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 1조2004억원에서 97%를 계산하면 지난해 리니지 IP 관련 매출은 약 1조1644억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22년과 비교하면 약 38% 줄어든 수치다.
무엇보다 최근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은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21년 8월 나온 ‘블레이드앤소울2’는 출시 초기에도 매출 순위 10위권에 그쳤고, 지난해 12월 출시된 ‘쓰론앤리버티(TL)’는 PC방 점유율 순위 20위권에 머물렀다. ‘쓰론앤리버티’ 등 신작 개발에 들어간 연구개발비용은 지난해 4671억원으로 매출의 26%를 투자했는데 지난해 ‘쓰론앤리버티’를 포함한 온라인 게임 매출은 3651억원에 불과했다.
김택진 대표는 "'블레이드&소울 2'와 '쓰론 앤 리버티'의 국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쳤고, 엔씨소프트에 대한 신뢰가 많이 손상됐다"면서도 "두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를 목표로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말했다.
김택진 대표는 올해 인공지능(AI) 기술을 게임 제작에 적극 도입해 비용과 제작 시간 효율화에 집중할 방침이다. 지난 27일(한국 시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구글 본사를 방문해 마크 로메이어 구글 클라우드 부사장 등 임원진과 중장기 협력을 논의하기도 했다. 구글 클라우드의 ‘버텍스 AI’를 활용해 생성형 AI 거대언어모델(LLM) ‘바르코’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게임 개발에 활용하는 ‘바르코 스튜디오’를 내부에서 사용하는 등 AI를 적용해 게임 개발 과정을 단축시키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라며 “사람은 창의적인 활동만 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작업들은 AI가 처리해 주는 형태로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조은 기자 joy828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