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성은 기자] 중소기업단체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확대 적용 유예 요구가 무산된 데 반발해 결국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나섰습니다. 현행 중처법에 과잉 금지의 법칙 등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겁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일 중처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중소기업단체 9곳과 지난 1월부터 중처법 적용을 받고 있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제조·건설·도소매·어업 등 업종에 종사하는 전국 각 중소기업·소상공인 305명이 778만 중소기업을 대변해 이번 헌법소원심판의 청구인으로 참여했습니다.
중처법은 산업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법입니다. 지난 2022년 1월27일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선 적용됐고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27일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50인 미만의 영세한 사업장이 중처법에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기간을 달라며 중처법 재유예를 읍소했으나 결국 여야 합의에 실패하며 불발됐습니다.
중소기업계는 중처법이 헌법상 △죄형법주의의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평등원칙 △자기책임의 원리 원칙 등을 위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윤모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중처법은 기업에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의무를 부과하면서 그 책임에 비해 과도한 처벌을 규정해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처한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며 "책임주의의 원칙에 의거한 처벌 수준의 합리화와 죄형법정주의에 따른 중처법 규정의 명확화를 요구하기 위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고 청구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대 재해는 고의가 아닌 과실임에도 하한형을 법정형으로 정한 것은 책임에 비례하지 않으며, 형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의 직접 행위자가 5년 이하의 금고형인데 반해, 간접 행위자인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무조건식 중처법 강행이 가뜩이나 경영 여건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입니다.
정 부회장은 "불명확하고 복잡한 법안 내용으로 인해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인 데다, 많은 영세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본인이 법 적용 대상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만을 강조한다고 중대 재해를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중소기업인들의 절박함을 외면하지 않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실제로 1년 징역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중소기업계의 걱정이 과하다는 세간의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중처법 처벌이 법정형 1년 이상으로 돼 있는 것은 큰 부담이자 이는 폐업 공포로까지 이어지기에 법정형 자체를 줄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에 대해 이 본부장은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 그 취지에 따라 중처법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식으로 개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중기업계는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당분간 추이를 보면서 결의대회 개최 여부 등을 검토할 예정입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헌법 소원 경과를 지켜보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 혁신 바우처 사업, 클린제조환경조성사업 등을 통해 영세기업의 중처법 대응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중소기업단체 대표들이 1일 헌법재판소에 중처법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하고 있다.(사진=중기중앙회)
조성은 기자 se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