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법
입력 : 2024-04-03 오전 11:02:50
'점심은 먹고 다니십니까'.
 
한 대학신문의 지난 3월18일자 1면 기사 제목입니다. 대학생들이 가까운 곳에서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학생식당을 많이 찾고 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많은 대학생들이 몰리다보니 혼잡도가 심각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고 있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 진열된 사과. (사진=연합뉴스)
 
저는 최근에 이 대학 근처 병원의 예약이 있어, 무엇으로 끼니를 때울지 고민하다 이 학생식당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대학신문도 보게 됐는데요. 4500~5500원의 가격대를 보자 '잘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학생식당에는 홀로 밥을 먹는 학생들도 많았는데요, 이들은 식사를 마친 뒤 학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속속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도 이날은 지출을 최대한 줄여보자며 학생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가 추위에 못 이겨 다시 근처 카페로 옮겼습니다.
 
통계청이 지난 2일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상승했습니다. 두 달 연속 3%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과를 필두로 배, 귤의 가격 상승률이 매우 높았죠. 또 3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4%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3.1%보다 0.3%포인트 높았습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평균을 웃도는 현상은 2021년 6월부터 34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이 되고 나면 물가는 중요하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벌이가 생기면 소소한 단위의 금액은 제 삶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유지해 오던 생활습관과 씀씀이가 늘어난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제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던 대로 카드를 긁었는데 지출금액의 자릿수가 바뀌어 버리기도 합니다.
 
저는 매일 아침 사과를 먹는 습관을 애써 길렀습니다. 더 달달한 과일을 좋아하지만 건강을 위해 사과를 택한 거죠. 지금은 사과 먹는 습관을 반쯤 중단했습니다. 하루 걸러 먹거나 반개만 먹는 식으로 말입니다. 매주하던 사과 장보기도 멈췄습니다. 있는 사과를 다 먹고 나면 재구매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습니다. 싱싱하고 탐스러운 금사과를 매일 하나씩 섭취할 만큼 마음의 여유가 일단 없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사괏값이 폭등한 이후 저는 못난이 사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마저도 가격이 더 뛰어서 결국 기존에 먹던 사과 2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크기의 생육상태가 부실한 사과로 갈아탔습니다. 제가 먹던 예쁘고 탐스러운 사과에서 보잘 것 없고 작은 사과로 바꾸자 맛도 반감됐습니다.
 
저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며 인간 자체의 강함을 보여주는 운동 프로그램을 좋아하는데요. 지난달 새롭게 공개한 '피지컬: 100 시즌2 - 언더그라운드'는 제가 한참을 기다려온 작품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구독하지 않았던 넷플릭스를 다시 찾았습니다. 요금제 가격을 보다가 막막해져 당근마켓에 넷플릭스 조각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수개월 구독하라는 조건이 있어서 제 구미를 당기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광고형 멤버십'을 사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매우 만족합니다. 무슨 이유에선지 테더링으로 스마트TV에서 바로 실행은 되지 않지만 스마트폰의 스마트뷰 기능을 통해 9부작을 모두 시청 완료했습니다. 광고를 매우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광고 노출 빈도가 낮아 별로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카카오톡 오픈톡의 '거지방'에서 자극을 받고 '무지출챌린지'로 자신의 절약을 인증합니다. 저는 이렇게까진 하지 않고 있지만 요즘은 꽤나 절약에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건을 구매하거나 밥을 먹을 때 지역사랑상품권, 온누리상품권을 적극 활용합니다. 난방비 폭탄을 맞은 뒤 밸브 3개를 잠갔고요. 하루에 소액이라도 보태보겠다며 토스 만보기, 서울시 손목닥터 9988을 돌리고 있습니다. 기후동행카드로 월 교통비를 조금 줄이고 있죠. 화장품 구매처는 다이소로 확장했습니다.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 제품은 믿고 쓰는 편입니다. 만족도도 높았고요. 헌옷은 수거업체에 돈을 받고 판매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있는데요. 모임, 약속을 삼가고 있습니다. 한번 모였다하면 별 거 안 해도 3만~5만원은 기본입니다. 정말 속수무책으로 빠져나가는 잔고를 보면서 차라리 집에서 OTT 보는 편을 택했습니다. 만남은 곧 지출이기에 저는 스스로 '무만남챌린지'를 하고 있네요. 잘 하고 있는 건지, 못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변소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