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일부 증권사가 자사주를 오너 일가에 성과급 명목으로 몰아주면서 손 안대고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실적 감소에도 임원 급여는오히려 늘어나는 등 과도한 보수 또한 도마에 올랐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일반 주주들의 요구엔 귀를 막고 있어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한 곳인 A증권사는 회장 외 94명의 임직원들에게 75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했습니다. 이어 지난 2월에도 14억원어치 자사주를 회장 외 39명에게 지급했습니다.
A사는 현재 전체 발행주식의 26%가 넘는 주식을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자사주를 매입해 임직원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일을 2012년부터 10년 넘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대주주인 부회장과 회장은 별도의 현금 투입 없이 지분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최대주주 일가 보수 과도해…알고 보니 자사주 때문
다른 증권사들에 비교했을 때 보수 자체도 과한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A사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총 34억원, 회장은 32억원, 대표는 13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았습니다. 특히 부회장 보수 중엔 상여금이 22억원에 달했고, 회장과 대표도 각각 13억원, 5억원의 상여를 받았습니다.
자본과 실적 규모가 큰 증권사와도 확연히 비교됩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임원들의 1인당 평균급여액은 1억3300만원에 그쳤습니다. 미등기임원(51명)이 4억원입니다. 김상태 대표는 총 5억4200만원을 받았는데, 급여 4억7800만원에 상여금은 4700만원에 불과했습니다. 5억원 이상 받은 임직원들도 급여가 10억~13억원 수준이었습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용석 부사장이 22억원의 보수를 받았고, 이 중 상여금이 18억원에 달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궈밍쩡 사장이 6억원의 상여금을 포함해 총 13억원의 보수를 받았습니다.
키움증권도 김익래 전 대표가 29억원으로 가장 많이 받긴 했지만 퇴직금을 포함한 금액이고 상여금은 1억7000만원에 그쳤습니다. 홍완기 이사, 이현 부회장, 황현순 사장 등은 총 급여가 5억~10억 수준이었습니다. 황 사장의 경우에도 상여금이 1억원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해 A사 실적은 부진했습니다. 영업이익 1613억원, 순이익 1358억원으로 각각 2022년의 2535억원, 1317억원에서 소폭 감소했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낙폭이 훨씬 큽니다. 하지만 임원 보수는 오히려 올랐습니다. 2021년 당시 회장은 총 32억원(급여 16억원, 상여 16억원), 부회장은 30억원(급여 10억원, 상여 20억원), 대표는 9억원(급여 4억원, 상여 5억원)을 받았습니다.
부회장이 받은 보수 34억원 중엔 상여금 21억원이 포함돼 있으며 그 중 자사주가 16억원어치입니다. 회장 역시 상여로 받은 13억원의 상당액인 9억여원이 자사주입니다. 대표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즉 자사주를 뺀 급여와 상여 보수도 경쟁사들에 비하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자사주 소각 요구 거세지만 요지부동
이같은 행보에 주주들은 공적 자산을 최대주주 지분 늘리기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이렇게 매년 챙긴 자사주를 모아 확보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17%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걱정거리입니다. 26%의 자사주가 천천히 최대주주 지분율로 옮겨갈것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주주들은 자사주 소각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은 A사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주환원 차원에서 13년 만에 자사주 소각에 나섰습니다. 5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을 더해 총 3308억원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NH투자증권 외에도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10대 증권사들은 대부분 자사주 소각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혔지만, A사만 요지부동입니다.
올해에도 행동주의펀드들과 일반 주주들이 주주제안과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0대 증권사에 포함되는 A사에 대한 자사주 소각 요구도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A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자사주 지급은 영업수익과 성과급 체계에 따른 책정이며 성과급의 일정 부분을 3~5년에 걸쳐 자사주로 이연지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A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문제소지가 없고, 임직원들이 현금 대신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받음으로써 회사 실적에 책임을 지도록 해 장기성과를 유도하는 것"이라면서 "퇴사하면 이연지급분을 못받기 때문에 자사주로 지급하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습니다.
자사주 소각 요구에 대해서는 "자사주 소각 계획은 없지만 26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다"면서 "배당가이드라인도 지키고 있고, 자사주 매입도 매년은 아니지만 지속 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자본금이 줄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준비하고 있는 회사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A사는 지난해 자본금 3조원을 달성했습니다. 7000억원에 달하는 사옥 매각도 절차를 진행 중입니다. 종투사의 외형적 요건은 갖췄지만, 금융당국에서 요구하는 내부통제 기준에 부합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