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도시재생 사업 '뉴딜'과 비슷한 이름의 '뉴:빌리지'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책이 빛을 못 보고 묻힐 수 있다는 우려심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강북 표심 총선용'으로 급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잔존했던 만큼, 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 이후 흐지부지될 가능성을 높게 봐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 경기가 어려움을 겪는 만큼, 민간 개발 유도를 위한 노력 병행과 도시재생 목표를 고려한 장기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합니다.
문재인 '뉴딜'→윤석열 '뉴:빌'
10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뉴딜사업'의 명칭만 바꿨을 뿐, 윤 정부 뉴:빌리지 사업도 맥락은 비슷하다는 핀잔이 나옵니다. 앞선 뉴딜 정책도 사업 대상지 절반 이상이 주택 개량과 생활 밀착형 소규모 생활편의 시설 설치였기 때문입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뉴:빌리지 사업과 노후 계획도시 정비, 재개발·재건축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지난 9일 밝힌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 때 강조했던 '뉴:빌리지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게 주된 골자입니다.
도시 노후 주거지 개선을 위해 패스트트랙에 올라타는 첫 사업은 '뉴:빌리지'입니다. 지방자치단체 검토 사업 가운데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한 곳을 찾아 국비를 들여 기반 시설, 편의시설을 설치합니다. 기반 시설에는 공용주차장, 도로, 상하수도 등이 있고 편의시설에는 방범 시설, 주민운동시설, 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기존 1년에 1조원 배정되던 기존 도시재생사업 예산을 재구조화해 10년간 10조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와 관련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선거 전날 강북을 초점으로 그동안 문재인 전 대통령이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했던 정책을 재탕으로 약간만 포장해 다시 발표하는 것은 너무 뻔한 '관권 선거'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연히 낙후 지역 위주로 재건축·재개발을 해야 하지만 그동안 숱하게 원주민이 쫓겨난 사례가 있는 데다, 부동산·건설 경기가 쉽게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 이런 정책이 지금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꼬짚었습니다.
10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뉴딜사업'의 명칭만 바꿨을 뿐, 윤 정부 뉴:빌리지 사업도 맥락은 비슷하다는 핀잔이 나온다. 표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도시재생사업 비교. (그래픽=뉴스토마토)
수도권 비대화 문제…선거 후 추진 동력도 '글쎄'
국토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경우 기존 13~15년 걸리던 정비사업을 10년 이내 완료될 수 있도록 선제적 제도개선과 신속한 인허가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내용도 있지만, 그 전이라도 지자체와 협력해 빠르게 정책 효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문제는 정부 사업 방향이 '수도권 비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도권 민심, 특히 보수 여당에 상대적으로 표심이 적은 강북권 표를 얻고자 '개발 사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 정부의 '뉴:빌 사업'은 전국 단위로 이뤄졌던 문재인 정부의 '뉴딜 정책'과 달리 서울 지역, 특히 강북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재개발·재건축 지원방안' 정책 이름부터 '강북권 대개조·강북 전성시대'로 명했습니다. 베드타운(침상도시)에 머물던 강북권을 강남에 버금가도록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를 담았습니다. 방법은 대규모 상업시설 개발, 노후 주택 재건축 등입니다. 개정 법률에 도입된 통합심의를 적극 시행하고, 공공 기여에 따른 용적률 조건을 완화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규제를 바꿨습니다.
안진걸 소장은 "강북에서 패색이 짙으니까 총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겠냐"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에 마치 선심 쓰듯이 뭐라도 줄 것처럼 재건축·재개발을 언급하는 건데 지금 재정이 나은 상태도 아니기에 선거 끝나면 제대로 추진도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강남에 이어 강북까지 비대화되면 전국 4분의 1 인구가 서울에 모여 살면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겠냐"며 "차라리 서울대나 국회, 공공기관 등을 싹 지역에 내려보내고 그 지역에 공공임대주택 지어 청년 등 서민이 안심하게 살 수 있도록 정책을 펴는 게 진정한 재건축·재개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승우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원은 최근 '건설동향브리핑 950호'를 통해 "사업성이 부족한 노후 주거지역 정비를 위해선 공공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기에 향후 종합적인 도시재생 목표를 감안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노후 주거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사업방식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최판길 도시재생사업센터 선임연구원은 "원래 도시재생법으로 보면 낙후 지역을 재개발·재건축하는 게 가능하긴 하지만, 실제 대규모 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의해 진행하는 것으로 '도시 재생'과는 전혀 상관없다"며 "원래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 공동체를 통해 군데군데 소규모로 고치고 쓰는 방식"이라고 조언했습니다.
10일 정부와 관련 업계 등의 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했던 '뉴딜사업'의 명칭만 바꿨을 뿐, 윤 정부 뉴:빌리지 사업도 맥락은 비슷하다는 핀잔이 나온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