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중부에서 14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아이언돔 방공시스템이 발사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중동 정세가 확전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특히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등을 돌린 이란과 이스라엘의 보복전이 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보복의 방아쇠는 이란이 먼저 당겼습니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본토를 타격, 지난 45년간 대리전쟁 세력을 통해 벌인 '그림자 전쟁'이 새 국면을 맞았습니다. '5차 중동전쟁' 등 확전의 관건은 이스라엘의 대응 수에 따라 엇갈릴 전망입니다.
이스라엘, 재보복 시사…확전 방지 나선 미국
14일(현지시간)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은 미국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늘 전쟁이 아닌 평화를 추구해 왔지만, 이란이 자유세계와 벌이는 전쟁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란은 수십 년 동안 대리인을 내세워 우리와 전쟁을 벌여 왔다"면서 "우리는 악의 제국에 맞서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란에 대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한 겁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은 같은 날 3시간 넘는 회의를 가졌는데요.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 자체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시기·방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집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서방의 예상과 달리 15일(현지시간) 정오까지 어떠한 보복 조치도 실행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본토 타격'에 곧바로 나서지 않은 건 미국과 서방의 '확전 자제' 요구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이란이 쏘는 발사체 요격에 집중해야 할 때라며, 반격에는 미국과의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이란의 공격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이번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 발표에 앞서 가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한 통화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이스라엘은 아이언돔을 비롯한 방공망을 통해 드론과 미사일의 99%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요.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당신이 승리했다. 승리를 가져가라'고 전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방공망을 통해 방어에 성공한 만큼 확전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겁니다.
미국은 확전 방지를 위한 전방위 외교에 나섰습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4일 중동 국가 외교장관들과 전화 협의를 갖고 '확전 방지'를 강조했습니다.
확전으로 이어지면 이란이 중동 산유국의 수출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는데,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확전 방지'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12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는 미국 대사관 지부 밖에서 하마스에 잡혀 있는 인질들의 가족과 그 지지자들이 전쟁 중단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3개의 전쟁' 확전 갈림길…네타냐후 정치 '시험대'
지난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양국은 적대 관계를 지속해 왔습니다. 지난 45년간 양국은 이른바 '그림자 전쟁'·'대리 세력 전쟁'을 통해 직접적인 충돌은 피해 왔는데요.
이스라엘이 이달 1일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이 지난 13일 이스라엘 '본토'에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균형추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중동 전문가들은 '5차 중동전쟁'이나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 이은 '3개의 전쟁'으로의 확전 될 가능성은 작게 평가하면서도 네타냐후 총리의 결정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이스라엘 입장에서 이란에 대한 확전을 결정할 경우 레바논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반군에 더해 하마스까지 상대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에 확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미국도 적극적으로 확전에 반대하고는 있지만 네타냐후의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한다면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짚었습니다. 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네타냐후 총리는 대규모 민간인 피해를 야기한 정치인으로 몰려 국내에서도 퇴진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데, 극우 연정의 요구를 받아들여 확전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튀르키예 언론인 출신이자 중동 전문가인 시니씨 알파고는 "현재 이란도, 미국도 확전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자위권'을 강조하며 "그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결국 확전은 이스라엘의 대응에 달려있다"며 "보복 수위에 따라 확전 여부가 결정되겠지만, 이스라엘의 보복이 다수의 사상자를 발생시킨다면 새 국면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