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6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급부상했습니다. 법무부 장관을 마지막으로 원외에서 머물던 그는 이재명 대표 체제를 적극 지지해 왔습니다. 때문에 임종석 전 비서실장 등 문재인정부 요직을 차지했던 이들과는 달리 비교적 쉽게 공천장을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요.
16일 본지 취재 결과, 추 전 장관은 22대 국회에 입성할 민주당 내 강성 친명 초선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차기 국회의장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같은 6선의 당내 조정식 의원이 경쟁자이지만, 상대적으로 온건하고 합리적인 조 의원과는 달리 외골 강성 성향이 그를 22대 국회 첫 국회의장으로 지지하는 이유로 꼽힙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 '추-윤 갈등'의 당사자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적개심이 국회 운영에도 민주당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추미애(하남갑) 민주당 당선인이 11일 당선이 확실해지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성 친명, 추미애 지지…"조정식, 여야 조정만 하다 끝날 것"
4·10 총선에서 175석을 획득하며 압승한 민주당은 22대 국회 원구성의 첫 단계로 국회의장 선출에 돌입합니다. 입법부 수장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은 관례상 원내 1당의 최다선 의원이 맡습니다. 민주당 내에선 6선의 조정식(경기 시흥을) 의원과 추 전 장관이 1순위 후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출마 뜻을 밝히면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놓고 경선에 임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공천 과정이 '비명횡사 친명횡재'로 요약될 정도로, 민주당 당선자들의 면면은 친명 일색입니다. 때문에 두 사람 역시 유권자들인 당선자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당내 입지는 강하지 않습니다. 이는 곧 선명성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특히 추 전 장관은 역대 의장들이 중립을 강조하며 여야 중재에 매달렸던 것과는 달리 강한 대립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오를 경우 '헌정 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라는 타이틀이 주어지게 됩니다. 앞서 그는 민주당 대표도 지낸 바 있습니다. 여성 국회의장 탄생이라는 명분과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강한 적대의식이 그를 국회의장으로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동 중입니다. 반대로 조 의원의 경우 친명으로 분류되면서 당 사무총장도 맡았지만, 뿌리는 이해찬계로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무엇보다 합리적이고 온화한 성격이라 전선을 강화해야 할 22대 국회 상반기 의장으로는 약하다는 견해도 존재합니다.
한 친명계 당선인은 조 의원에 대해 "국회의장이 되면 (여야 간) 조정만 하다 끝날 것"이라며 "김진표 국회의장 꼴이 재연될 수 있다"고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재선에 성공한 또 다른 당선인도 "국회의장이 중립만 표방하면 국회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며 "이는 175석을 준 민의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과 준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175명의 면면을 보면 초선 비율은 41.7%인 73명으로, 이들 대부분이 강성 친명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끝나지 않은 '추-윤 갈등'…시정연설 주목
22대 국회는 시작부터가 특검법으로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도 재추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는 곧 강성 국회의장의 필요성으로 연결됩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별검사법)을 비롯해 이태원특별법,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등을 처리했지만 김진표 국회의장 중재로 처리 시점이 늦춰지거나, 본회의 상정이 거부된 일도 민주당으로선 기억에 남습니다.
추 전 장관이 국회의장에 오를 경우, '추·윤 갈등' 2라운드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추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재임 시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강하게 대립한 바 있습니다. 이를 놓고 윤 총장의 정치적 무게와 대중성만 높이면서 대통령에 오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습니다. 실제 윤 총장은 추미애 전 장관에 이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계속된 갈등을 빚다가 자신을 '식물 총장'이라 칭하며 '검수완박'에 반발, 검찰총장 직을 던졌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선에 직행했습니다.
흥미로운 장면도 연출될 수 있습니다. 정부 예산안 설명을 위한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국회 본회의장의 국회의장 단상 밑에서 이뤄집니다. 이전에는 국회의장 주재로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의장실에서 차담회를 갖는 것이 관례입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일종의 모욕으로 느낄 수도 있어 실제 이 같은 장면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