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11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한미일 해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아래쪽부터 우리군 이지스구축함 서애류성룡함, 미국 해군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즈벨트함(Theodore Roosevelt),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리아케함(Ariake), 미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다니엘 이노우에함(Daniel Inouye). (사진=뉴시스)
한미 동맹 중심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문재인정부와 윤석열정부 안보정책 차이를 요약해봤습니다. 문재인정부가 한미 동맹은 강화하되 군사 문제에선 일본과 약간 거리를 두었던 것과 달리, 윤석열정부는 한미일 군사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죠.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3자 정상회담을 통해 군사·경제·기술 분야에서 동맹에 버금가는 협력관계를 펼쳐 나가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 한국이 종료를 통보했던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복원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세 나라가 정보를 교환하며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동중국해에서 세 나라 함정과 항공기가 연합훈련을 했죠.
한미일 군사협력을 이해하려면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견제하고자 진영을 형성하려는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을 알아야 합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원조인데요. 그는 2007년에 인도를 방문해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 필요하다"며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했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초반까지 한동안 아시아 패권을 움켜쥐었습니다. 요즘 중국이 강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일본은 아시아 중심국가 위상을 되찾겠다는 욕구가 여전히 강합니다. 일본 우파 정치인이 당연히 일본 국익을 위해 인·태 전략을 구상했겠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아베 총리한테서 이 구상을 듣고, 이것을 미국의 전략으로 받아들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아이디어를 계승합니다. '자유 진영 연대'를 명분 삼아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함으로써 자국 국익을 늘려 보자는데 미국과 일본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죠.
2020년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 네 나라는 안보 협의체 쿼드를 만들었으며 2021년에는 미국, 영국, 호주가 안보 연대체 오커스(AUKUS)를 만들었습니다. 2023년에는 한미일 정상이 공동선언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큰 그림을 그려왔고, 한국도 거기에 참여한 거죠.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18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단상을 내려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우리한테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요? 안보와 경제에 중요한 쟁점이 많은데도,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도 토론이 부족했습니다.
윤석열정부에 가까운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하기도 합니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잠수함 추적 능력이 좋으니, 그들과 연합훈련을 많이 하면 북한 잠수함을 막아내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북한 미사일을 추적하는 데 일본이 참여하면 도움이 될 거다" 북한 위협 억제에 필요하다면 큰 도움 작은 도움 가리지 말고 끌어모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 말도 일리 있다고 봅니다.
궁금해집니다. 한국군은 미국 연구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가 발표한 2024년 군사력 순위에서 세계 5위를 차지했습니다. 동맹국 미군은 세계 최강입니다. 북한 위협을 억제하는데 두 나라 군대로 부족할까요? 일본을 끌어들여야 하나요? 참고로 소개하면 위 기관 보고서에서 군사력 1~4위는 미국·러시아·중국·인도가, 6~10위는 영국·일본·튀르키예·파키스탄·이탈리아가 차지했습니다.
더욱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북한 위협 억제가 최우선 안보 과제입니다. 일본은 중국이 최대 전략적 도전('안보 위협' 의미)이라고 방위백서에 밝혔습니다.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 나라와 우리가 수시로 연합 군사훈련을 한다면 오해가 생기지 않을까요? 우리한테 중국은 제1 교역 상대국입니다. 안보 때문에 경제 주름살이 늘어날까 봐 걱정됩니다.
2023년 각국 경제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0.7~0.8% 저성장에 그치던 시절을 넘어 1.9% '깜짝 성장'을 했습니다. 도쿄 증권시장은 유례없이 활발합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는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위탁생산) 강자인 대만 TSMC 일본 공장을 유치한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을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은 2023년 1.4% 저성장에 그쳤습니다. 2023년에 한국이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추월하리라던 예상이, 한국 실적 부진 때문에 빗나갔습니다. 정부가 부양책을 써도 서울 증시는 뜨지 않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면서 미국 보조금을 많이 받게 됐다고 하지만, 우리 산업과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다는 점을 많은 사람이 걱정합니다. 여러모로 일본과 비교됩니다.
일본 경제를 전공한 김현철 교수(서울대 국제대학원)가 배경을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패권경쟁 차원에서 중국을 때리면 서방 자금은 중국 시장에서 이탈하기 마련이죠. 홍콩, 상하이, 선전 증시가 많이 하락했죠. 중국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으로 오지 않고 일본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국은 대만과 마찬가지로 최전선이 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투자 회피 대상이 되죠. 반면에 일본은 후방 병참 기지 국가가 됩니다. 디스카운트가 아니라 프리미엄이 생깁니다. 일본이 인
·태 전략을 구상한 이유 그대로 일본은 미중 갈등에서 수혜자가 되지만, 한국은 경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음을 김 교수가 설명하고 있습니다. (2023, <일본이 온다> & "타이완 전쟁 나면 일본이 최고 위너"
www.youtube.com/watch)
일본 정치인들은 인태전략을 기획해 일본 국익을 착실히 늘리고 있습니다. 한국은 안보와 경제에서 불안 신호가 울리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문가와 시민사회를 상대로 안보 전략을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22대 국회가 열립니다. 국회에서부터 꼼꼼하게 점검하고 논의하면 좋겠습니다.
■필자 소개/박창식/언론인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광운대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를 했다. 한겨레신문 문화부장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내고 국방부 국방홍보원장으로 일했다. 국방 커뮤니케이션, 말하기와 글쓰기, 언론 홍보와 위기관리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