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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에 밸류업까지…공시 강화에 속 타는 재계
금융당국, 이달 말 ESG 공시 기준 공개
입력 : 2024-04-22 오후 3:46:54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금융당국이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마련 중인 ESG 공시에 곧 공개될 밸류업 가이드라인까지 기업의 공시 의무가 대폭 강화되는 셈입니다. 기업들은 재무지표 개선에 비재무적 지표까지 공개해야 할 의무가 더해져 부담이 크다는 입장입니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ESG 금융추진단은 이날 4차 회의를 열고 국내 ESG 공시기준 초안 공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ESG 금융추진단은 이날 회의를 토대로 오는 30일 공시 기준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ESG 공시는 기업의 ESG 중요성이 커지고, 이 활동을 평가할 공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마련됐습니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 지난해 6월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첫 번째 기준서 'IFRS SI 일반 요구사항'과 'IFRS S2 기후 관련 공시'를 발표했습니다. 유럽, 미국 등 주요국은 ISSB의 권고안을 기반으로 ESG 공시 기준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기후 리스크 등 환경정보 공시를 2025년부터 도입할 방침이었으나 이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업들의 요청에 2026년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개최한 ESG 금융추진단 제4차 회의에서 국내 ESG 공시기준 공개초안의 주요내용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가 초안 공개에 앞서 제시한 공시 주요 기준과 방향을 보면 기업들은 기후 분야와 관련해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 기회 정보를 공시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에 해당하는 정보가 대상인데요.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기업의 지배구조부터 기후 관련 위험, 기회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내놔야 합니다. 또한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를 식별, 평가, 관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안내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노력도 제시해야 합니다. 
 
다만 ESG 공시 도입을 빠르게 추진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사회·경제적 비용과 기준의 추상성, 기업들의 부담 등으로 도입 시기를 늦추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위험, 탄소 배출량에 대한 공시 의무화 방안을 내놨는데요. 상공회의소와 텍사스 경영협회, 25개 공화당 기반 주를 중심으로 SEC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현재 새로운 규칙 적용이 중단된 상황입니다. 
 
지난 2월에는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의회는 석유·가스, 석탄·채석장 등 환경 영향이 큰 8개 산업에 대한 ESG 공시 도입을 2026년 6월로 예정보다 2년 유예했습니다. 금융권에서도 은행에 대해 ESG 기준에 맞는 자본 요구, 공시 등이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ESG 규제 적용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은 비슷합니다. 기업들은 ESG라는 비재무적 지표를 위해 비용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데요. ESG가 전세계적 흐름인 만큼 이들과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도 ESG 공시를 피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중소기업이 많은 우리나라 산업 구조에서는 부담이 더 큰 것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주요국 규제에 우리도 규제 기준을 만들어 기업들이 대비하게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의무화 시기와 대상 등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국제적 추이와 환경변화를 보며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다음달 발표될 밸류업 가이드라인도 부담 요인입니다.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공개되면 기업들은 이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제시하게 됩니다. 한국거래소는 이에 대해 기업이 자율적으로 작성하는 부분이며 가이드라인에도 자율성의 원칙을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기업들은 부담이 가중된다는 입장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밸류업 열풍이 불고 이 기준에 맞춰 공시하고 움직이는 기업만 좋은 기업으로 비춰지다 보니 열심히 실적 쌓고 일하는 기업들은 오히려 문제인 것처럼 보여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심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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