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우리나라의 유류분제도는 1977년 도입된 후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있어 유류분제도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5일 유류분제도 관련 심판대상조항 중 일부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헌재는 “유류분제도는 여전히 유족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가족의 긴밀한 연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에서 헌법적 정당성은 여전히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구조의 변화로 인해 달라진 가족제도 등에 비춰보면 유류분제도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퇴색됐다는 비판을 일부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진=뉴시스)
헌재는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단순위헌으로 결정하고,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 및 제1118조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로써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곧바로 효력을 상실하고, 나머지 조항은 입법 시한까지는 효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단순위헌결정과 헌법불합치결정
위헌결정은 6인 이상의 재판관이 심판대상조항을 위헌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내리게 되는데요. 위헌결정의 종류에는 단순위헌결정과 변형결정의 일종인 헌법불합치결정, 한정합헌결정, 한정위헌결정 등이 있습니다.
단순위헌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곧바로 위헌임을 선언하고, 해당 조항의 효력이 결정과 동시에 상실되어 폐지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변형결정은 헌재법이 명시적으로 예정한 합헌 또는 위헌결정 이외의 다른 모든 형식의 헌재 결정을 의미하는데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전면 폐기하기보다는 그 효력을 가급적 유지하는 것이 권력분립의 정신에 합치하고, 국회의 민주적 입법형성권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변형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입니다.
헌재가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까지 및 제1118조에 대해 내린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은 심판대상조항에 위헌적 요소가 있지만 곧바로 효력을 상실시키면 법적 혼란이나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고, 유류분제도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 아니라 일부 내용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의 취지에 반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내린 것입니다.
위 조항은 헌재가 정한 입법 시한인 2025년 12월31일까지 입법자가 개정하면 개정법이 적용되고, 그때까지 개정하지 못해도 효력을 상실하게 됩니다.
개별 조항의 위헌성
민법 제1112조 제4호는 피상속인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규정하는 조항이었는데요. 헌재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상속에 대한 기대 등이 거의 인정되지 않음에도 유류분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한 이유가 없이 피상속인과 유류분반환청구의 상대방인 수증자 및 수유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단순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민법 제1112조 제1호부터 제3호는 유류분을 정하면서도 그 상실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등 패륜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는 점에서 위헌이지만, 유류분의 핵심적 사항을 규정하는 조항이므로 법적 공백에 따른 혼란을 우려해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민법 제1118조는 기여분에 관한 민법 제1008조의2를 유류분에 준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피상속인을 오래 부양하거나 상속재산 형성에 기여한 상속인이 보답으로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그 재산은 유류분 산정 기초재산에 산입되므로 비기여상속인의 유류분반환청구가 있으면 위 증여재산을 반환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헌재는 민법 제1118조가 유류분의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는 조항임을 고려해 역시 계속적용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헌재는 이번 결정에서 유류분제도의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일부에 대해 위헌을 선언하고 입법개선을 촉구했습니다.
국회는 헌재가 정한 입법 시한까지 헌재 결정의 취지에 따라 유류분상실사유를 규정하고 기여분에 관한 규정을 유류분에 준용하는 내용의 개정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외에도 재판관의 의견이 5:4로 팽팽하게 갈린 민법 제1114조 후문 및 민법 제1118조 중 제1008조를 준용하는 부분에 관한 논의도 이뤄져 유류분제도가 현시대에 걸맞은 제도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김민승 법률전문기자 lawyerm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