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에서 패싱당한 국민의힘이 또다시 용산 '하명 부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 중심엔 찐윤(진짜 친윤석열)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실세인 이 의원은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로 꼽히는데요. 당 안팎에선 "총선 참패 책임자가 당권 장악에 나서는 게 맞느냐"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첫 영수회담에서 국민의힘 지도부가 배제된 사이 당권 장악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습니다.
당정 공조 체제마저 실종
윤석열정부 첫 영수회담이 29일 개최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회담 의제 조율 등에 배제되면서 존재감을 상실했습니다. 이날 영수회담 자리에서도 국민의힘 인사는 배석하지 못했는데요. 여당의 권한이 배제되면서 수직적 당정관계가 더욱 공고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김영우 국민의힘 서울 동대문갑 당협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영수회담은 수직적 당정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국민의힘을 레임덕 정당으로 추락시킬 것”이라며 “민생 법안, 특검법 등 국회에서 다뤄져야 할 의제들이 여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배제된 자리에서 논의되는 것은 심각한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정 공조 체제마저 사라지면서 ‘여당 패싱’ 논란까지 일었는데요. 이에 여권은 당 대표 선출 후 여야 대화의 시간을 넓혀 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당내에서는 친윤계 핵심인 이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어떤 상황이 되면, 할 사람이 없으면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할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면 된다”라며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당의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를 하고 있다. 제목은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사진=연합뉴스)
‘도로 친윤당’에 당 내부 '부글부글'
국민의힘 내에서 유력한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돼 온 김도읍 의원마저 원내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의원이 원내대표에 단독 입후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러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이 의원이) 벌을 받아야 할 분이지 상 받을 분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자숙할 때가 맞고, 혁신과 쇄신의 타이밍 아니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친윤’, ‘찐윤’으로 불리는 이 의원이 나서는 것이 국민 눈에 어떻게 보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 원인으로 수직적 당정관계가 꼽히는데요. 윤 의원 주최로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무엇을 혁신해야 하나’ 세미나에서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이 정당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나 용산 눈치를 보며 따라갔고, 정당으로서의 독자성과 자율성, 책임성은 찾기 어려웠던 게 지난 2년간의 특징”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친윤 주류가 만든 김기현 지도부 역시 ‘당정 일체’를 강조하다가 용산 출장소라는 오명을 받으며 퇴진한 바 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지원을 받았는데요. 당심 100% 룰로 치러진 경선에서 과반 이상의 표를 받으며 당 대표에 선출됐습니다.
다만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과 이념 논쟁 등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불러오는 논쟁에 대해 대통령실에 민심을 전달하지 못하는 등 종속적 당정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에 김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 “그동안의 국정 기조와 당정 관계가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주권자인 국민 눈높이에서 냉정하게 살펴 주저함 없이 고쳐야 한다”라며 당정 관계 재정립을 요구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