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소비자 단체나 노인회 등 전국 곳곳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을 부여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불법 개설 기관 사무장병원으로부터 지킨 건보공단 재정을 간병비와 필수 의료 등에 대한 보장성 확대, 국민 보험료 부담 경감에 직접 활용할 수 있어섭니다.
하지만 특사경 도입과 관련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 법안은 발의된 지 4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국회의원들에게 필요성을 설파해 왔지만, 진전하지 못했습니다. 의료계 등 이해관계자 반발이 여전하기 때문입니다.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배경엔 불법 개설 의료기관이 있습니다. 일명 '사무장병원'입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일반인(비의료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합니다. 수익 창출에만 매몰돼 시설 미비, 일회용품 재사용, 무면허 의료행위, 과다처방 등의 질 낮은 의료행위가 빈번합니다. 지난 2018년 159명 인명피해를 낸 밀양 세종병원이 전형적인 사무장병원 사례입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2023년간 사무장병원 1448곳과 면허대여 약국 222곳이 건보 재정에서 편취한 금액은 무려 3조4000억원에 달합니다. 하루 6억3000만원씩 건보료가 줄줄 새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건보공단엔 직접 수사 권한이 없어 불법 개설 의심 기관이 눈에 띄더라도 보건복지부와 합동 행정조사 뒤 일반 경찰에 수사 의뢰해야 합니다. 이른 시간 내 효과적 대처가 어려운 겁니다.
부당진료비 환수율도 6%대로 매우 낮습니다.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한 부당진료비 환수 결정액은 꾸준히 늘어 무려 3조4000억원가량에 육박하지만, 실제 징수액은 2300억원 정도에 그칩니다.
수사가 평균 11.5개월, 최장 54개월로 길어지는 동안 초기 증거 확보가 힘든 데다 환수할 수 있는 재산이 은닉되는 탓입니다.
복지부의 경우, 특사경 권한을 갖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인력이 3명뿐입니다. 면허대여약국 수사권도 없어 한계가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특사경 역시 직무 범위가 시설 안전, 식품위생 등 18개 분야로 광범위한 데다 인사이동이 잦아 전문성이 다소 부족합니다.
반면, 건보공단은 수사경력자와 법률전문가 등 200여명 전문 인력과 업무 노하우(비법)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불법 개선 기관을 발굴하고 행정조사를 추진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불법 개설 의심 기관 분석시스템(BMS)'도 구축했습니다.
이에 기반해 장기화했던 수사 기간을 3개월로 확 줄일 수 있다는 게 공단 측 설명입니다.
연간 2000억원 규모 건보 재정 누수를 직접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불법 개설과 관련한 의료급여비와 산업재해 비용, 사 보험비 누수도 함께 막을 수 있습니다.
과연 다음 달 열리는 21대 마지막 임시국회에선 '건보공단 특사경'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까요.
급격히 빨라진 저출산·고령화로 2026년 건보 재정이 적자 전환되고 2031년 적립금이 바닥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 국회가 밑 빠진 독을 보고도 지나치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09~2023년간 사무장병원 1448곳과 면허대여 약국 222곳이 건보 재정에서 편취한 금액은 무려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