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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중의 을' 방송작가, 생존권 걸린 교섭
방송작가협 원고료 기준, 드라마 작가에 편중
입력 : 2024-05-08 오후 2:49:51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방송작가유니온)가 춘천MBC를 상대로 단체교섭에 나섰습니다. 이들이 춘천MBC를 상대로 요구하는 조건은 원고료 10.3% 인상, 결방료 지급 기준 제정, 프리랜서 표준계약서 마련입니다. 방송가에서 '을 중의 을'인 방송작가들은 노동권 보장을 위해 단체교섭에 나섰는데요.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8일 방송업계에 따르면 방송작가유니온은 지난 3일 춘천MBC를 시작으로 지역 MBC 12여 곳과 단체교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춘천MBC를 상대로 원고료 10.3% 인상, 결방료 지급 기준 제정, 프리랜서 표준 계약서 마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방송작가협회 방송 원고료 기준표.(사진=한국방송작가협회 홈페이지 캡처)
 
한국방송작가협회는 매년 방송작가의 원고료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방송사의 경우 해당 기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 협회 기준과 별개로 원고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같은 10년차 방송작가라도 하더라도 MBC 다르고 춘천 MBC, 전주 MBC가 다르게 원고료를 주고 있다"며 "각 지역별 방송사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맞는 임금 테이블을 정비해 최소한의 원고료를 보장 받기 위함"라고 말했습니다. 
 
방송작가 중에는 소액의 원고료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고료 지급이 프로그램 방송 이후라 결방을 이유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올림픽, 월드컵 등 스포츠 이슈라도 있으면 길게는 한 달 가량 원고료를 받지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결방 기간 쉴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겁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결방으로 방송을 쉰다고 해서 방송작가들이 오롯이 쉬는 게 아니고 일을 계속 하면서 돈을 못 받는 구조"라며 "지급 가이드라인을 정해 결방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MBC 지역사에 방송작가 원고료 인상, 결방료 지급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에 돌입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프리랜서 표준계약서 마련도 방송작가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방송사에서는 여전히 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례가 많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표준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겁니다. 
 
방송작가유니온 조사에 따르면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 체결 비율은 26.8%에 불과했고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도 52.2%에 그쳤습니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예술인이 돈을 받고 일하는 동안 일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보험료를 내고 일정 조건을 채우면 국가에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예술인 고용보험에는 계약서가 필히 들어가야 한다"며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고용보험조차 적용 받지 못하는데 계약서를 쓰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작가의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 왔습니다. 2019년 대구 MBC 단체교섭, KBS 단체 교섭 요청 등의 사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단체교섭 자체를 사측에서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사측은 방송작가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단체교섭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7월 서울행정법원이 "방송작가들은 MBC가 고용한 근로자"라고 판결을 내렸는데요. 방송작가가 노동자라고 인정을 받은 첫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 뒤에 MBC·KBS와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당시 MBC는 아예 답이 없었고 KBS는 협의체를 둬 진행하려고 했지만 방송작가가 원하는 재방료 부분에서 원하는 수준과 요율이 달라 더 이상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춘천 MBC가 교섭을 하자고 회신이 온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상황"이라며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 할 듯 싶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번 춘천 MBC와 단체교섭을 진행한 이후 타 방송사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방송작가유니온은 8월 전까지 교섭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방송작가유니온 관계자는 "일단 지역 MBC와 교섭에 집중을 하고 이후 다른 방송사와의 단체교섭을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할 예정이다"며 "교섭이 결렬이 될 경우 방송작가들이 결의해 파업 등 다양한 방식의 투쟁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가 MBC 지역사에 방송작가 원고료 인상, 결방료 지급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에 돌입했다.(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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