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바다를 다녀왔습니다. 토욜일에는 비가 많이 와서 어떻게 되려나 했는데 일요일에는 거짓말처럼 해가 내리쬐고, 날이 맑더라고요.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속초에서 양양으로 내려갔습니다. 서피비치를 가니까 간간이 서퍼들이 보이고 대다수는 뜨겁고 따스운 햇빛 아래, 시원한 바람, 맑은 파도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머리에 선글라스를 얹은 청춘들은 오른손에 맥주 한 병을 들고 서로 웃기 바빴어요.
여유로운 바람을 맞다보니까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것 같기도, 몸이 노곤노곤해져 천막 아래 꾸벅꾸벅 졸다가 친구들의 웃음에 깼습니다.
김승옥 소설 '무진기행'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햇빛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그 글귀가 이렇게 가슴에 와닿은 적이 있을까요. 저 역시 '이런 수면제가 나온다면 지금 이 기분이겠구만' 하고 웃으며 여유로움의 순간을 만끽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