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무디스, 글로벌 IB들이 일제히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기존 2.2%에서 2.6%로 올려 잡았습니다.
잇단 성장률 상향 조정은 반도체 등 수출 회복세 등 1분기 깜짝 성장률이 기대 이상을 기록한 요인이 큽니다.
하지만 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보긴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민간 소비와 설비투자가 미약한 증가세에 그친데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유가 불안정성, 통상 이슈 등 불안 요소가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KDI는 16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KDI는 1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2월 2.2%에서 0.4%포인트 높인 2.6%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2.9%, 하반기는 2.3%를 예상했습니다. 이번 수정 전망치는 정부 2.2%, 한국은행 2.1%, 국제통화기금(IMF) 2.3%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앞서 OECD가 내놓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2.6%)과 같습니다. 지난 2월 2.2%를 전망한 OECD는 최근 0.4%포인트 더 상향 조정한 바 있습니다. 무디스도 0.5%포인트 올려잡는 등 2.5%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글로벌 IB도 일제히 상향하는 분위기입니다. 지난달 말 기준 글로벌 IB 8곳은 올해 성장률을 평균 2.5%로 제시했습니다. 정부도 1년11개월 만에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비상'을 뗀 '경제장관회의'로 변경한 상태입니다.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 요인입니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4%, 전기 대비 1.3% 오르는 등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글로벌 반도체 거래액이 급증하는 가운데 세계 교육량 부진도 완화하며 한국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폭 증가했다"며 "이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 확대 추세가 이어지고 순대외자산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대외 건전성이 양호한 모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경기회복을 점치기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수출과 대조적으로 소비, 투자 등 내수는 여전히 힘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민간 소비 상승률은 1.4%, 하반기는 2.2% 상승을 전망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저효과입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 민간 소비 상승은 지난해 2분기부터 민간 소비가 나빠진 데에 따른 기저효과가 대부분"이라며 "숫자는 높아 보이지만 흐름으로는 (하반기가) 좋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가 변동도 하방 요인 중 하나입니다. 정 실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전망이 쉽지 않지만 최근 한두 달 전에 나타났던 고유가는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면서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등 수출 영역만 봐도 현재 사이클이 좋은 상황인데, 예전처럼 좋은 사이클이 계속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반도체 수출의 절반은 중국인데, 통상 이슈 등 불안 요소가 많다. 긍정적 전망을 하기에는 성급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경제 지표에 비해 세수 실적이 좋지 않은 점을 꼬집었습니다. 우 교수는 "경제 지표는 추정하는 것이고 경제 활동에 직접 반영되는 것은 세수 실적인데 법인세도 좋지 않고 부가가치세 확대 폭도 크지 않다"며 "2분기까지 유의미한 성장세가 지속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4월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수출붐업코리아에서 바이어들이 상담을 하고 있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