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는 공정위. 사진=연합뉴스
동일인의 법인 지정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동일인 지정 근거는 공정거래법에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서 관련 규정을 만든 이유는 대기업집단의 과도한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하는 데 있습니다.
경제력집중을 완화시켜 국내 산업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목적입니다. 국내 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특정 대기업에 의존도가 지나쳐 각종 정책이나 대중소 산업 생태계가 모두 대기업 위주로 편중되거나 종속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종속에 따른 문제는 흔히 일감몰아주기나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 가격 후려치기, 비자금 조성 등입니다. 이는 모두 역사적으로 드러난 경제력집중의 폐해들입니다.
이를 규제하는 규정이 무력화되면 관련 폐해가 증가할 것이 우려됩니다. 공정거래법 규정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비유하면서 없애려는 시도가 많습니다. 영구적인 재벌경제구조를 고착화시키려는 부작용이 우려됨에도 관련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적고 이권단체만 목소리를 높이는 형편입니다.
동일인의 법인 지정도 그러한 우려를 사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법인 지정에 따른 문제가 확인되면 자연인 지정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인 지정 이후 자연인의 특수관계인과 관련된 문제들은 수면 아래로 내려갑니다. 공시 의무가 사라져 추적할 법적 근거도 감시 동력도 약화됩니다.
쿠팡 김범석 의장이 외국인이라 지정 문제를 놓고 각계 의견이 충돌했습니다. 심지어 김범석 의장 동생 부부가 계열사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는데도 경영참여가 없다며 공정위가 법인 지정을 단행해 논란이 작지 않습니다.
이를 빌미로 재계에선 전 기업집단의 자연인 지정을 무력화하고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상속세 폐지에다 법인 지정까지. 일방통행이 과한 게 아닌지 염려하지 않을 수 없네요.
미국의 경제 대공황을 돌이켜 보면 작은정부에서 경제는 과도하게 달아올랐지만 직후 거품이 붕괴되며 끝모를 하락을 경험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 붕괴를 막기 위해 무너지는 자본가들에게 세금을 퍼주고 규제를 강화하는 반복된 역사를 거쳤습니다. 역사의 과오를 잊어선 안됩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