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해병대 채 상병 수사에 외압 가능성을 시사하는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격노설'을 둘러싸고 핵심 관계자 두 명의 입장차가 확인됐습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1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소환했는데, 김 사령관은 격노설에 침묵한 반면 박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한 겁니다. 특히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소환에 앞서 취재진에게 채 상병 수사 외압에 새로운 인물이 배후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과 박 전 수사단장 측 대리인 김정민 변호사가 채모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박 전 수사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오후 1시 32분쯤 출석한 박 전 수사단장 측 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VIP 격노설'은 뚜렷한 증거가 있다"며 "공수처에서 오전 조사를 통해 (김 사령관으로부터) 충분히 시인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던 지난해 7월31일 임기훈 당시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과 김 사령관 사이의 통화만으로도 증거는 충분하다는 입장입니다.
김 변호사는 이날 공수처가 소환한 이유와 관련해 "대질(조사)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이외에도 약간의 보강 조사가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고 짚었습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20분쯤 공수처에 출석한 김 사령관은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말한 게 맞느냐', '장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외압이라고 생각했느냐', '박 대령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보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박 전 수사단장 측과 상반된 태도를 보인 겁니다.
공수처는 이날 박 전 수사단장과 김 사령관을 같은 날 소환한 만큼 대질 신문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IP 격노설을 놓고 김 사령관과 박 전 수사단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질 조사와 관련해 이날 오전 공수처 관계자는 "반드시 대질을 해야겠다는 취지로 두 사람을 같은 날 소환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대질 조사를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지만, 조사 내용과 사안에 따라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채 상병 수사 외압에 새로운 인물이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했습니다. 김정민 변호사는 취재진에게 "오늘 아침에도 중요한 정보가 하나 왔다. 지금 의외의 인물이 또 배후로 지목되고 있다"면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외에 굉장히 의외의 인물이어서 그 정보의 출처를 조금 더 점검을 해봐야 되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혀 공직에 있지 않은 분"이라며 "제보 내용에 의하면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분이고, 현직(군인)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현직 군 법무관들, 이 사건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국방부 검찰단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그분이 '구속을 밀어붙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VIP 격노설은 철 지난 얘기"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미 드러난 바도 매우 심각하지만, 직함이 있는 분도 아니고 전혀 공식 석상에 있는 분이 아니라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김계환(왼쪽 사진) 해병대사령관과 박정훈(오른쪽 사진)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채모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