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구'는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최근 팬덤과 기획사의 관계를 보면 팬덤이 기획사에 호구로 단단히 잡혔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작년 음반 판매량은 1억1500만장으로 2019년 대비 6배 가량 증가를 했습니다. CD로 음악을 듣지 않는 시대임에도 유독 한국에서만 음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겁니다. 그 이유는 앨범에 포함된 랜덤 포토카드, 팬사인회 추첨권 때문입니다.
랜덤 포토카드를 뽑기 위해서, 혹은 팬사인회 추첨권을 위해서 팬덤은 수십장, 수백장의 앨범을 사는 데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문제점은 꾸준히 지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최근 K팝 '앨범깡'과 관련해 몇몇의 팬덤을 만났습니다. 팬사인회 추첨권, 포카만 챙기고 앨범을 버리는 행위에 대해, 팬덤을 봉으로 생각하는 기획사에 대해 의견을 물었습니다.
만나 본 팬덤은 하나 같이 충성도 높은 고객이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다면 들어가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추첨권을 통해 팬사인회에 당첨돼 아티스트를 만나는 소수에 포함됐다는 '특별함'이 중요했습니다.
한 음악 평론가도 의견은 비슷했습니다. 국내, 해외 팬덤 할 것 없이 TV로만 보는 아티스트를 실제로 볼 수 있다면, 그것도 소수 정예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비용을 얼마나 지불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결국 기획사는 이런 팬덤의 심리를 이용해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이라는 금자탑을 쌓고 있는 셈입니다.
팬사인회.(사진=MNH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