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기자] "성장성 추천 1호라고 하니 한국거래소에서 검증이 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투자를 한 것인데 이제와서 거래소가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황당한 지점이죠. 거래소는 내가 낸 거래수수료 단물만 빼먹고 기업에 대한 감사를 똑바로 안하면 주주들이 앞으로 공시를 어떻게 믿나요. 객관성·신뢰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죠."
셀리버리 주주 연대 대표는 셀리버리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자 상장 실적에만 급급해 검증에 소홀했던 거래소와 성장성을 평가한 DB금융투자의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셀리버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3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전년에 비해 크게 악화했습니다. 영업손실은 669억원으로 전년도(280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을 키웠고 당기순손실도 75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본금을 까먹는 부분 자본잠식에 들어갔습니다.
유동부채는 551억원으로 유동자산(256억원)보다 많아졌습니다. 특히 오는 10월 전환사채 350억원(액면가액)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 행사기간이 도래하는데요. 현금성자산은 146억원에 그쳐 유동성 대응능력에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별도기준 재무제표를 보면 상태가 더 심각합니다. 매출액은 14억원인데 영업손실이 386억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당기순손실은 875억원입니다. 지난 2021년 인수한 자회사 셀리버리 리빙앤헬스의 주식 289억원을 전액 손상처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셀리버리의 자본총계는 -42억원으로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지난 3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셀리버리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능력 불확실성으로 인한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습니다. 현재 주식거래도 정지된 상태입니다.
셀리버리는 지난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는데요. 성장성 특례 상장은 기술이 없어도 상장 주선인(주관사)이 성장성 높은 회사를 발굴하고 추천하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상대적으로 허들이 낮은 제도입니다.
상장 요건은 자기 자본 10억원 이상, 시가총액 90억원 이상으로 기술성 심사도 필요없습니다. 거래소가 인정한 전문 평가기관 중 한 곳으로부터만 적격등급을 받아도 상장이 가능합니다. 사실상 증권사가 해당 기업의 성과나 실적을 보증하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코스닥 기업의 경우 매출이 30억원 미만이거나 4년 연속 영업 손실이 발생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지만, 성장성 특례 기업은 관리종목 기준이 5년간 유예됩니다.
'가치 뻥튀기' DB금융투자 책임론
주주들은 상장 주관사였던 DB금융투자의 실책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상장 여건이 안되는 기업을 특례 명목으로 상장한 데다 기업가치를 뻥튀기 한 이후 높은 수수료만 챙겼다는 비판인데요. 이같은 이유로 책임론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와 상장사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가 나타났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공모가가 높아야 얻는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인데요. 증권사에서 공모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실제 가치에 비해 과장된 평가를 했다는 이른바 몸값 뻥튀기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지난 2018년 DB금융투자는 셀리버리의 장밋빛 전망을 기반으로 몸값을 책정한 바 있습니다. DB금융투자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셀리버리의 지난 2019년 매출액을 190억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추정 당기순이익에 연 25%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른 2018년 말 추정 매출 현가는 154억원가량으로 추산했습니다.
여기에 비교기업의 평균 주가매출비율(PSR)인 21.01배의 멀티플을 적용하여 공모가 밴드(2만~2만5000원)를 산출해냈습니다. 다만 실제 셀리버리의 2019년 매출액은 20억원에 그쳤습니다. DB금투는 성장성 특례라는 이유만으로 10배에 달하는 전망치로 값을 산정한 것입니다.
DB금융투자는 과거 2018년 셀리버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당시 공모금액의 6% 인수수수료율을 최종 약속받은 바 있는데요. 공모 결과를 떠나 최소 5억원의 수수료를 보장받은 셈입니다.
셀리버리 상장에 따른 DB금투의 인수수수료 규모는 17억6130만원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청약 수수료 2억~3억원이 더해져 수수료 수입은 약 2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이와 함께 DB금융투자는 지난 2017년 프리IPO로 셀리버리의 지분 2.39%(18만 1820주)를 주당 1만1000원에 확보한 바 있는데요. 이로 인해 100억원 안팎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결국 DB금융투자가 셀리버리 IPO를 통해 얻는 수익은 100억원을 훌쩍 넘긴 것입니다.
한국거래소도 부실 검증
한국거래소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을 시켜줬다고 거래소가 우량종목이라고 보증하는 것은 아니며 성장성 특례 제도라는 게 현재 이익이 안나고 있는 회사라는 뜻"이라며 "결국 성장가능성은 높지만 투자위험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지 순서가 하이리턴, 하이리스크가 아니다"라며 "하이리스크 후에 하이리턴이 올 지는 개인의 투자 판단에 달린 일이고, 양면성을 갖고 있는 제도"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셀리버리는 소액주주 5만911명이 지분 77.8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진은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 성장성 특례상장 1호 기업인 바이오업체 셀리버리를 방문해 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