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가 막을 내리면서 수많은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법안 발의 자체는 매번 큰 관심을 끌었지만, 정작 통과된 법안은 일부에 불과했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만6830건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논의조차 제대로 되지 못한 채 폐기된 법안은 63%가 넘습니다. 이 중에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민생 법안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법안이 이렇게 무더기로 폐기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국회의원들 간의 견해 차이와 당파 간의 대립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각 정당은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타협보다는 대립을 선택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 결과 중요한 법안들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됐습니다.
법안 발의 건수가 국회의원 평가 지표 중 하나로 작용하면서 같은 내용의 법안을 조금씩 바꿔가며 중복으로 발의하는 문제도 불거졌습니다. 법안을 발의했다가 거둬들이는 '철회왕'이나 기존 법안을 복사 붙여넣기 하듯 일부만 수정해 재발의하는 '복붙왕'이라는 오명을 얻은 국회의원들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죠. 이들은 실질적인 입법 활동보다는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법안의 질적 향상은 뒷전으로 밀어냈습니다.
법안 심의 과정의 비효율성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발의된 법안이 상임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일정이 촉박하거나 우선순위에 밀려 대충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이에 중요한 법안들이 뒤로 밀려나고 결국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해서는 보다 효율적인 법안 심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상임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법안 심의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당파를 초월해 국민을 위한 실질적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국회의원들 간의 협력과 타협의 자세가 절실합니다.
국민은 국회가 단순히 법안 발의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통과시키는 데 주력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성숙하고 책임감 있는 입법 활동으로 '좋은 法'을 만들어내는 국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제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