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 박예진 기자] 김창수 F&F 회장의 장남 김승범 F&F 디지털본부 총괄은 최근 에프앤코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에프앤코는 바닐라코 등 화장품 제조·판매하는 오너일가 소유 비상장사로, 지난해부터 세 차례 F&F홀딩스의 주식을 시간외매매(블록딜)를 통해 사들이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바 있다. 패션기업들이 경영 승계를 위해 비상장 가족 회사를 통해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에프앤코 역시 향후 승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에프앤코, 1년새 F&F홀딩스 지분 4.84% 확보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말 에프앤코가 보유한
F&F홀딩스(007700) 지분은 4.84%를 기록했다. 이는 분기 초(3.26%) 대비로도 1.5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앞서 에프앤코가 김창수 F&F홀딩스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꾸준히 사들인 결과다. 에프앤코는 지난해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김 회장이 보유한 F&F홀딩스 지분을 시간외매매(블록딜)로 사들였다. 4월 86만3930주(2.21%)와 41만500주(1.05%)로 총 3.26%에 이른다. 올해 3월에도 블록딜을 통해 김 회장이 보유 중이던 F&F홀딩스의 보통주 61만8420주를 사들이면서 3월 말 지분은 4.84%로 늘었다.
이 같은 행보에 일각에서는 F&F 오너일가가 비상장사인 에프앤코를 승계 발판으로 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김 회장과 김 대표의 F&F홀딩스 지분율은 각각 62.84%, 6.7%로 9배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해 4월 주당 매매단가가 2만3150원, 7월 1만9480원, 올해 3월 1만6170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대표가 직접 지주사 최대주주로 올라서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에프앤코를 통해 김 회장의 F&F홀딩스 주식을 확보하고 김 대표가 에프앤코 최대주주로 자리 잡는다면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여세 등을 절감할 수 있다.
현재 에프앤코는 김 회장과 그의 특수관계자의 지분율이 88.96%에 달한다. 당초 F&F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으나 김 회장 일가가 지분을 사들이면서 오너 일가 소유의 회사가 됐다. 지난해부터 그룹 지주사 F&F홀딩스 지분을 취득하며 '에프앤코→F&F홀딩스→F&F'로 이어지는 옥상옥 지배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패션기업 오너가의 가족 회사인 비상장사들이 지주사와 사업회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것은 추후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하고 있다. 상장사의 지분을 증여하는 것보다 비상장사의 지분을 넘겨주는 것이 상대적으로 증여세 등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실제로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운영 중인 영원무역도 영원무역의 지분 50.52%를 영원무역홀딩스가 보유하고 있고, 영원무역홀딩스의 지분 29% 이상을 YMSA가 소유하면서 '성기학 회장→YMSA→영원무역홀딩스→영원무역' 순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를 띠고 있다.
다만, F&F 관계자는 <IB토마토>와 통화에서 "개인 간의 주식 거래로 아는 바가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디지털전환 '주역' 평가…연결기준 성장세 지속
이 가운데 최근 김승범 디지털본부 총괄이 에프앤코의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다시 한 번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에프앤코는 바닐라코 등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화장품 제조·도소매 기업으로 미국과 중국에도 법인을 두고 있다.
F&F홀딩스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김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부터 에프앤코 상무이사로 등재됐다. 상무이사로 재직을 시작한 2022년에는 매출액 1185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1171억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1531억원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2021년 153억원, 2022년 117억원, 2023년 219억원으로 증감을 반복했다.
앞서 지난 2019년부터는 F&F에서 온라인 전략을 담당하는 디지털본부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F&F는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디지털전환(DX) 전략을 시작한 가운데 2019년부터 김 총괄이 이를 리드해 오면서 코로나19 확산 기간에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갔다.
업체 측은 상품기획, 생산, 물류, 디자인, 마케팅 등 전 과정에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 모든 데이터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해 전 직원이 공유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세부 솔루션을 구축하면서 재고 효율화에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업보고서가 개시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관리비는 3.35%포인트 감소한 40.15%로 줄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21년 1조892억원 수준이던 매출액은 2022년 1조8089억원, 2023년 1조9785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1년 3227억원, 2022년 5249억원, 2023년 5518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원가율이 2021년 26.88%에서 지난해 31.96%를 기록하며 영업이익률은 27.89%에 머물렀다. 이는 2021년(29.63%) 대비 1.74%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올해 1분기 들어서도 매출액은 전년동기(4974억원) 대비 1.93% 증가한 507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492억원에서 1302억원으로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