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카카오의 차이가 뭔지 아세요? 카카오는 부정 기사가 정말 많이 나가잖아요. 삼성은 절대 안 나가요."
삼성과 카카오 두 그룹에서 모두 근무해 본 한 지인은 두 기업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삼성은 내부에서 이미 소문이 파다해 이 정도면 언론에 보도돼야 하는 거 아닌가 싶더라도 기사 하나 찾아볼 수가 없었는데, 카카오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낯 뜨거운 일을 기사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관리의 삼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회식자리에서도 있었다고 해요. 삼성은 회사에 입사한 직원에게 '119 문화'부터 가르친다고 합니다. 119는 '한자리에서 한 메뉴로 9시까지' 반드시 회식을 마친다는 원칙인데요. 시계를 보다 9시가 딱 되기 전에 다 같이 동시에 건배사를 외치는 진풍경을 보고 처음에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합니다.
삼성의 경우 근무시간에 커피 한 잔 마시러 나가려면 아이디 카드를 찍어야 해 근무시간에서 제외된다는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고객과의 미팅인 경우 업무의 연장선인 만큼 근무시간에 포함시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윗선에 보고하는 절차를 밟는 등 결재가 복잡해 결국 생략하게 된다고 푸념했습니다.
카카오는 어땠을까요. 예전에 카카오는 한 직원이 법인카드로 1억원을 게임하는 데 사용했지만 윤리위원회를 열고 내린 징계가 고작 정직 3개월이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는 거죠. 한때 직원마다 법인카드가 발급되던 호시절에는 바에 가서 술을 마시고 100~200만원씩 아무렇지 않게 긁었다고 합니다. 문신한 팔을 드러낸 채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일하는 직원을 보고 놀란 표정을 감추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너무 자유롭다 못해 조직에 질서가 없으면 직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유는 김범수 창업자의 존재 때문이라고 합니다. '브라이언'으로 불리는 김범수 창업자의 리더십은 '형님 리더십'으로 불리는데요.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큰 형님이 총알을 지원해 우릴 먹여 살려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특히 오래 다닌 직원들에겐 여전히 굳건하다는 겁니다. '좋은 게 좋은 것', '주먹구구식' 조직문화인 셈입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 대기업들이 최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내수경기 침체와 고금리,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전쟁과 미·중 패권대결 같은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나타난 위기의식의 발로입니다. 삼성은 가장 먼저 '주 6일제'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비상경영에 나섰습니다. 다른 수출 대기업들도 전반적으로 골프 자제령을 내리고 법인카드 사용도 최소화하는 분위기입니다.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그룹이 최대 위기를 겪으며 '국민 밉상'이 된 카카오는 올해부터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그사이 다른 대기업들은 더 멀찌감치 위기경영, 투명경영에 나서고 있는데요. 카카오는 과연 '관리의 삼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삼성 노조 문화 행사(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