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디올백 수수 의혹'의 쟁점은 함정취재와 금품수수입니다. 대통령실과 여권은 서울의소리와 최재영 목사가 의도적으로 김 여사를 겨냥하고 함정취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 등은 일련의 취재 과정에서 드러난 김 여사의 금품수수 정황과 인사청탁 의혹이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법조계에선 함정취재는 법적 문제가 아닌 언론 윤리 차원의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김 여사에게 제기된 문제들에 집중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최재영 목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 조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사진=뉴시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31일 청탁금지법 위반,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고발된 최 목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습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고 주장한 △통일TV 송출 재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등과 김 여사가 총무비서관실 소속 과장을 통해 국가보훈처 사무관을 소개해 줬다는 주장에 사실관계를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검찰은 앞서 지난 30일에는 '디올백 수수 의혹'을 보도한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를 청탁금지법 위반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소환했습니다. 이 기자는 2022년 9월 자신이 직접 구매한 300만원 상당의 고가 가방인 디올백과 손목시계 카메라를 최 목사에게 전달하고, 최 목사로 하여금 디올백을 김 여사에게 선물로 전해주는 과정을 찍게 한 뒤 보도에 관여한 혐의를 받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을 찾았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디올백 수수 의혹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함정취재의 정당성입니다. 여권과 대통령실은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의 행위가 함정취재라고 비판합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함정취재'임을 규정, 지난 1월 "누가 봐도 정쟁만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상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함정 빠졌다"면서도 "국민은 윤 대통령의 사과를 기대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데 법조계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함정취재는 법적인 처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오히려 이 일의 본질은 김 여사의 금품수수와 청탁이라는 겁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함정취재는 취재의 방법과 목적이 정당한 지에 관한 언론 윤리의 영역에 가까운 것 아니냐"면서 "수사의 경우에도 모든 함정수사가 위법한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범죄의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자에게 범죄를 유발하는 이른바 '범의유발형 함정수사'를 위법하게 본다"며 "최 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청탁을 내포한 연락을 한두 번 주고받은 게 아니다. 기회제공형에 가깝게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는 "함정취재 자체는 법리적으로 크게 문제 될 것 같지는 않다"며 "계속해서 (김 여사와 최 목사가) 대화를 주고받았고, 김 여사 측에서도 최 목사와 만나는 걸 동의하고 일정을 잡아왔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검찰도 서울의소리와 최 목사 등이 김 여사와 만난 그 자체보다 만나는 장면을 언론에 보도하거나 청탁한 내용, 금품수수와 관련한 의혹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서울의소리 취재 방식은 전형적인 범의유발형 함정취재"라며 "위법성이 있는 만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