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사 자체적으로 적발한 금융사고에 대해 과태료 등 제재 감경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현재도 금융사의 피해 회복 조치 등 사후노력 정도에 따라 과징금 또는 과태료 경감 규정이 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만큼 감경 범위 확대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금융사 자율감독 '무용지물'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의 대규모 사고를 막기 위해 자체 감사를 통해 금융사고를 적발한 금융사에게 과태료 최대 90% 감면 등 인센티브 부과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제5차 정례회의 회의록에는 "정당하고 적합하게 자체감사를 했다면 면책조항에 따라 가능하면 90% 정도로 과태료를 감경해줄 수 있는 방안도 한 번 고민을 해보자"는 위원의 제안이 담겨있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확정된 건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의 감독만으로 사전 적발에 한계가 있으니 금융사의 자체적인 통제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현재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사가 회사와 임직원의 불법·부당 행위를 자체적으로 시정하거나 금감원에 자진 신고하고 검사에 적극 협조하면 과징금과 과태료를 50% 깎아주고 있습니다. 과태료는 행정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부과하는 금전적 제재입니다.
다만 자체 감사를 통한 과태료 감면이 내부통제 강화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은 자체 적발을 위한 내부고발제도와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무용지물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KB국민은행은 10억원, 신한은행은 5억원 한도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해 내부통제 규정을 조정해 포상금 지급 한도를 10억원으로 상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포상금 지급 건수는 전무합니다. 포상금 외 인센티브가 제공된 사례도 드물었습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어느 정도 적발이 됐을 때 내부적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사고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거나 발굴하는, 그런 사고율을 낮추는 데는 근본적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내부통제 강화 기조에도 지속되는 금융사고. 금융당국은 자체 적발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경영진 책임 강화해야"
금융당국은 그간 위법행위를 자체 시정한 금융사에 대한 제재 감경안을 제시해왔습니다. 현재 당국은 금융사가 회사와 임직원의 불법·부당행위를 자체적으로 시정하거나, 금감원에 자진 신고하고 검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과징금 도는 과태료를 감경합니다. 이 감경 비율은 지난 2020년 30%에서 50%로 확대된 바 있습니다. 당시 당국은 자진신고 등 검사에 적극 협조할 경우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기로 했고, 금융사가 제재대상자에게 자체징계를 실시하면 금전제재를 감면하는 방안도 신설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지난해 은행 경영공시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9개 은행의 금융사고 건수는 총 57건으로 지난 2022년 56건과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습니다. 당국이 내부 통제 강화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금융사고가 발생해온 셈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의무 공시 대상인 10억원 이상 금융사고가 6건(KB국민은행 3건, NH농협은행 3건) 발생했습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인책도 중요하지만 경영진에 대한 책임 강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서 교수는 "내부 직원 관리에 대한 감독 소홀을 경영진에게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오는 7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됩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기재해두는 문서로, 임원 직책별로 책무의 구체적 내용을 기술한 책무기술서와 임원 직책별 책무를 도식화한 책무체계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합니다.
내부통제에 관해 책임을 지는 이사회의 권한과 의무를 명시해 문제가 생길 시 처벌이 가능하게 하고, 내부 통제 미흡에 따른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임원들은 맡은 업무에 대해 법령에 따른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하고, 해당 내부통제기준이 적정하게 마련됐는지, 효과적으로 운영 및 집행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이 금융사고를 스스로 적발한 금융사의 과태료를 최대 90%까지 감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사고 예방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사진=연합뉴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