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GPS(위성항법장치) 교란 등 도발 행위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 도발을 재개한 가운데 2일 군 탐지장비로 식별된 북한 대남 오물풍선. (사진=뉴시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거고, 이를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장 실장은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한 걸 보게 될 것"이라며 "그게 북한 측에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인과 주민의 동요를 끌어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사안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1963년 박정희정부 때 시작돼, 2004년 노무현정부 당시 남북 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는데요. 이후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천안함 침몰사고(2010년), 지뢰 도발(2015년), 북한 4차 핵실험(2016년) 등에 대응 조치로 일시 재개되기도 했습니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10여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었고 이동식 장비도 40여대가 있었지만,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 합의한 후 철거됐습니다.
우리 군이 대북 방송 재개에 착수한다면, 준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창고에 보관된 고정식 확성기를 재설치하고, 이동식 장비를 다시 가동하는데 만 하루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는 걸로 예상되는데요.
앞서 북한은 지난 1일 밤 8시경부터 대남 오물풍선을 다시 살포했습니다. 지난달 28∼29일 풍선 260여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낸 후 불과 사흘만입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오후 2시30분 기준) 전국에서 720여개 풍선을 식별해 조치 중입니다. 이날 파악된 풍선은 하루(24시간) 기준으로 가장 많습니다.
앞서 이날 대통령실은 2시30분부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 GPS 교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한 관련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대통령실이 오물풍선 살포 대응을 위해 NSC를 연 건 처음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