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본격 나선 가운데 건설사들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습니다.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 비율을 높여 재무 안정성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저성장·업황 악화와 더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재무통'들이 건설업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며 수장 교체도 잇따르는 모습입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지난달 29일 재무구조 개선과 선제적 유동성 확보를 위해 65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를 발행했습니다. 이는 역대 국내 기업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중 최대 규모입니다. 회사 측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대금 인수 시 올해 1분기 기준 807%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세계건설이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30년인 영구채로, 회계상 자본으로 처리될 수 있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매년 460억원 규모의 이자 부담에 따른 차입금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는 잔존합니다. 급한 불을 껐지만 향후 수익성 개선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제반 공사원가 부담으로 인한 주요 현장의 높은 원가율과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영업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어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 신종자본증권의 부채적 성격과 저하된 수익성, 지방 미분양 현장 관련 손실 부담 등을 감안하면 자체적인 현금창출력 및 재무안정성 회복 수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뉴시스)
GS건설은 재무부담 감축을 위해 스페인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의 지분 매각 등의 방안을 고려 중입니다. 자회사 지분 매각은 추가적인 자금차입 없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합니다. GS건설은 검단사태 관련 충당금으로 재무 지표가 악화했는데요. 이익잉여금은 2022년 3조6300억원에서 지난해 말 2조9200억원으로 급감했죠.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미착공 PF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고 순차입금 규모도 커 업종 내 우려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면서 "GS이니마의 소수지분 매각이나 경영권 매각 등을 통해 유입될 현금 규모에 따라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재무구조 중심의 내실 경영에 중점을 두면서 건설사 CEO에 재무통이 전면 배치되고 있습니다. 유동성 위기 우려가 이어지며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한 인사로 풀이됩니다. 신세계 건설은 지난 4월 대표이사로 허병훈 경영전략실 경영총괄 부사장을 발탁했습니다. 허 신임 대표이사는 삼성그룹에 입사한 뒤 구조조정본부 부사장보, 지원총괄 부사장, 관리총괄 부사장, 백화점부문 기획전략본부장, 전략실 재무본부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최근 사업성과 가속화와 재무구조 개선, 신속한 기업공개(IPO) 추진을 위해 김형근 SK E&S 재무부문장을 신임 사장으로 내정했습니다. 김 신임 사장 내정자는 SK 재무1실장, SK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부문장, SK E&S 재무부문장 등을 역임한 바 있습니다. DL이앤씨 역시 '전략기획통'으로 알려진 서영재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는데요. 그는 안전과 재무리스크를 경영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캐시플로우 중심 경영을 강조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도 포스코그룹 '재무통'으로 통하는 전중선 대표이사 사장을 수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업황 악화로 주요 건설사들의 올해 1분기 부채비율은 악화된 상태입니다. 부채비율 200%를 넘는 곳은 GS건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한화, 계룡건설, 코오롱글로벌, 금호건설, 한신공영, HL D&I 등 9곳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 코오롱글로벌, 한신공영 등은 부채비율이 전 분기 대비 10%포인트 이상 오르며 상승 폭이 두드러졌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