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수빈 기자] 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정보기술(IT) 업계는 국내 기업과 국외 기업의 역차별 이슈를 해소할 수 있을지 촉각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정부부처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에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까지 각기 입법예고하면서 ‘규제 역차별’ 논란을 계속해 촉발하고 있는데요. 이에 규제 역차별이 아닌, 토종 기업을 향한 우회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이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일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해당 개정안에는 마이데이터를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전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내년 보건의료와 통신, 유통 분야에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볼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데요. 여태껏 금융 분야에만 국한돼 시행됐습니다.
다양한 영역에서 정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인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법안으로는 외국 기업에 국내 개인정보가 이전되면서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 또한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응준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마이데이터 관련 긴급 토론회에서 “한국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르면 아마존, 이베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외국 사업자에게도 전송요구권 규정이 적용된다”라며 “한국 사업자가 보유한 국내 정보주체 개인정보가 외국 사업자에 이동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은 “스타트업들은 막대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데이터를 구축하는데 개인정보 전송요구권의 도입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경쟁사에게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혁신의 동력을 악화시키고 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밖에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지난달 23일 마이데이터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다만 업계와 전문가들의 이 같은 우려가 정부의 규제 방향을 틀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플랫폼법을 둘러싸고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국내 기업 역차별을 우려했지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결국 플랫폼법 제정 재추진 의지를 강조하고 나선 바 있습니다. 공정위는 글로벌 플랫폼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만, 현실적으론 외국계 기업에 대한 실질적인 감시가 이뤄지긴 어려운 실정입니다.
글로벌 플랫폼의 잇단 한국 시장 침투 속 역차별 규제 이슈까지 겹치면서 현재 토종 기업은 생존 전략을 다각도로 찾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정부가 감세를 통해 재정적으로나마 뒷받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국가 연구개발(R&D)에 참여하는 기업, 보안 관련 투자에 대해 세제 감면 등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준다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개인정보보호나 보안 시스템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라며 “토종 기업들을 우회적으로라도 지원하는 방식을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최수빈 기자 choi320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