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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흠난다
입력 : 2024-06-05 오후 7:43:20
늘어난 게임 한정판 정리도 할 겸, 얼마 전 복층 청소를 했습니다. 처음엔 '디아블로IV' 한정판 상자를 택배 상자 속에 넣었다가, 계속 전시하는 게 낫겠다 싶어 상자를 다시 열어 한정판을 꺼냈습니다.
 
그러다 생각하고 싶지 않던 일이 터졌습니다. 포장 비닐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면서, 뜻하지 않게 손톱으로 한정판 상자를 긁게 된 거죠.
 
디아블로IV 한정판. 상자 가운데 부분을 양쪽으로 젖히면 지옥문이 열린다. (사진=이범종 기자)
 
그나마 비닐이 보호막 역할을 하며 대신 뜯겨 준 덕분(?)에 본 상자 표면은 생각보다 깊이 파이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몇 차례 교환과 환불을 거쳐서 지옥 문이 제대로 인쇄된 제품을 갖게 됐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순식간에 망가진 겁니다.
 
망연자실한 채 한참을 주저앉은 뒤, 상자의 다른 부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한정판은 처음부터 완전무결하진 않았더군요. 공장에서 포장되거나 유통되면서 생겨난 작은 상처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누구나 아는 진리가 떠올랐습니다. 아무리 조심해도 물건엔 세월의 흔적이 새겨질 수밖에 없단 사실을요. 생각해 보면, 박물관에 전시된 보물들은 깨지고 갈라진 게 많습니다.
 
무엇보다, 물건의 주인인 나 역시 외면과 내면 모두 흠으로 가득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완전성은 현실에 있을 수 없다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물욕이 줄더군요.
 
하지만 잠시 후 '게임은 빼고'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쿠팡에서 PS Vita 상자 보호용 플라스틱 투명 케이스를 사버렸거든요. 이건 지금 소장중인 미개봉 제품에 쓸 생각입니다.
 
최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된 '짱구는 못 말려! 탄광마을의 흰둥이' 한정판에도 눈길이 가네요. 멈추지 않는 게임 욕심 때문에, 오늘도 '범종은 못 말려'를 외쳐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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