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성남 기자] 운용업계 순자산 1위인 삼성자산운용 소속 펀드매니저들의 노동 강도가 극악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펀드매니저 1인당 운용 펀드 수가 10개로, 업계 평균(5개)의 두배 수준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순자산총액 기준 운용사 수탁고 공모펀드 중 펀드매니저 1명당 설정된 펀드의 개수는 삼성자산운용이 10개로 가장 많았습니다. 뒤를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8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7개, KB자산운용 6개, 신한자산운용 6개, NH아문디자산운용 5개 순이었습니다. 전체 평균은 5개로 집계됐습니다. 금투협의 해당 집계는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작성됐는데요.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역도 포함됩니다.
업계에선 상위사 펀드매니저의 노동량이 많다고 지적하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상위사의 경우 상품 자체가 많고,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많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수탁고 공모펀드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펀드수는 531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663개, KB자산운용은 377개, 한투투자신탁운용은 327개, 신한자산운용은 336개입니다. 펀드 개수에선 미래운용이 삼성운용을 넘었지만, 펀드매니저 숫자가 삼성은 55명, 미래는 82명으로 1인당 배정된 개수에선 삼성이 미래를 앞섰습니다.
타이트한 노동 강도 만큼 펀드 매니저 보수는 높은 편입니다. 작년 기준 운용자산 규모가 10조원이 넘는 운용사의 평균 보수는 미래에셋 1억3900만원, 삼성 1억3300만원, NH아문디 1억3000원, 하나자산 1억2200만원, 교보악사 1억2000만원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업계에선 '평균의 함정'이란 지적을 내놓는데요. 업계 관계자는 "억대 연봉을 수령하기 위해선 평균 근속년수가 최소 10년차 이상은 돼야 한다"면서 "실제 이를 충족하는 매니저는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달초 기준 협회 집계에선 총 펀드매니저가 845명, 평균 경력은 5년9개월에 그칩니다. 특히 현재 근무 중인 회사에서 평균 경력은 4년5개월에 불과합니다.
회사 규모에 따른 연봉 차이도 있습니다. 한 소형사 관계자는 "억대 연봉은 대형사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매니저의 잦은 이직이나, 업계 처우에 불만을 갖고 다른 업권으로 이직하는 사례도 잦다"고 말했습니다.
ETF 위주로 재편되는 시장 분위기도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이후 ETF 시장이 떠오르고 있지만, ETF 상품은 개발 초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출시된 이후엔 사실상 시스템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매니저의 역할이 과거와 같이 종목 선정과 탄력적인 운용이 필수적인 시대는 아니며, 현재는 관리자의 성격이 짙다"고 전했습니다.
과거와 다른 처우로 인해 젊은 펀드매니저를 중심으로 팀을 이뤄 부띠크를 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고액자산가를 모집해 직접 자기매매를 통해 수익을 거두는 전업투자자로 변신하는 셈인데요.
펀드매니저 출신 부띠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 지점, 애널리스트, 매니저 출신 등 3명이 모여 투자를 진행 중"이라며 "현업에서 하던 것과 동일하게 기업 탐방과 분석, 매매 계획 등을 세우고 분기별, 연간 등 세분화된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고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현업과 마찬가지로) 시장 등락과 종목 선별에 따른 스트레스는 있지만 소속 매니저로 일할 때 보단 자유로운 업무 강도와 데일리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 보단 과실을 오롯이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젊은 매니저의 이탈과 잦은 이직으로 인해 국내 자산운용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5년차 미만의 한 운용역은 "외국계 운용사의 경우 평균 근속이 10년이 넘는다"면서 "실제 현업을 하다보면 고객들도 펀드 선택 기준에서 매니저의 경력을 우선시 하는 경향이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처우 개선은 높아진 업무 강도만큼 따라와줘야 국내 운용업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협회 집계 기준 외국계 운용사인 슈로더투자신탁운용 펀드매니저 평균 경력은 17년4개월, 디더블유에스자산운용은 15년3개월입니다.
한편 6월초 기준 순자산 총액 기준 1,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합계는 174조337억원으로 집계 대상 운용사의 순자산 총액 대비 40.8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해말 기준 40.77%에서 소폭 증가해 상위사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성남 기자 drksn@etomato.com